‘양치기 소년’ 명예 되찾는 스위스 목동-치즈 축제 [함영훈의 멋·맛·쉼]
중남부 체르마트까지 가을잔치 릴레이
양 관리,치즈 만들기 숭고한 노동의 주역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스위스 중부에서 남부를 잇는 툰-브리엔츠 호수 부터, 융프라우, 체트마트 까지 알프스 자락과 호변에는 오는 9월 다양한 축제들이 이어진다.
브리엔츠 호수는 ‘사랑의 불시착’ 피아노연주 장면 촬영지이고, 이곳와 융프라우 사이 마을들에선 치즈축제가 릴레이로 펼쳐진다.
남부의 체르마트에선 목동 축제가 진행돼, ‘몹쓸’ 늑대 동화로 인해 너무 부정적으로 각인된 ‘양치기소년’의 이미지를 원래 모습대로 순수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복원해준다.
치즈축제가 벌어지는 마을들은 모두 융프라우 산자락으로, 브리엔츠 호변,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 현빈의 피아노 연주 장면을 찍은 이젤트발트 마을과는 불과 10~15㎞ 가량 떨어져 있다. 융프라우 산 정상과는 5~15㎞ 떨어진 지점이다.
여름 내 고산 지대에서 방목을 하며 치즈를 만들었던 목동들이 소떼와 함께 마을로 내려오면서 치즈도 함께 가지고 내려오게 된다. 목동은 마을 사람들의 양을 성실히 보살피던 위탁관리자이다.
이 때문에 목동이 생산한 큰 덩어리 치즈는 소의 마리 수에 따라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 수확의 기쁨에는 축제가 따른다.
▶500여년 치즈분배 축제 지그리스빌= 유스티스(Justis) 계곡 지그리스빌(Sigriswil)은 브리엔츠 호수의 쌍둥이라고 해도 무방한 툰 호수변에 있는 마을이다. 9월 22일 열리는 이 마을의 치즈분배 축제는 500여년의 역사를 갖는다.
목동들이 지그리스빌과 베아텐베르그(Beatenberg) 마을의 농부들 소유의 250마리의 소를 알프스 초원 지대에서 대신 키워주며 만든 치즈를 농부들에게 나누어주는데, 수 세기에 걸쳐 전수되는 종교적인 행사를 방불케 하듯, 치즈를 신성하게 나누어 갖는 풍경이 흥미롭다. 그만큼 숭고한 작업이었던 것이다.
목동들이 데리고 내려온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소들은 다시 계곡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치즈 메이커들은 화려한 전통 복장으로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베아텐베르그와 지그리스빌부터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요들송과 미식, 민속 하모니, 그린델발트, 슈테헬베르크, 벵엔= 그린델발트(Grindelwald) 치즈 분배 축제는 9월 16일 그로스 샤이덱(Grosse Scheidegg)에서 열린다.
꽃으로 장식한 치즈 창고 오두막이 이색적인 볼거리. 구경꾼들 모두 치즈 맛을 보고, 알프스 치즈를 구매할 수도 있다. 축제는 특유의 스위스 요들송과 음악으로 흥을 돋운다. 그로스 샤이덱은 인터라켄 근교 그린델발트나 마이링엔에서 버스로 찾아갈 수 있다.
쉴트호른(Schiltrhorn)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의 아름다운 들판, 슈테헬베르크 주민과 여행자는 9월 30일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푸짐한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준비해놓고 치즈 분배라는 수확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인다. 알프스산 치즈를 가성비높게 얻는 장터도 열린다. 축제 전후에는 쉴트호른에 올라 360도 회전하는 파노라마 레스토랑에 앉아 치즈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9월 24일 열리는 벵엔(Wengen)의 치즈 축제는 로컬 셰프들이 20여년전에 만든 축제로 민속놀이를 겸한다. 음악 공연, 게임 등도 즐긴다. 셰프들이 주도하는 축제라서, 음식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상 차림이다.
▶‘양치기 소년’ 명예회복 체르마트 목동축제= 발레(Valais) 주에서 자라는 검정코 양은 스위스 중남부 체르마트의 명물이다.
체르마트에서는 이 양에 ‘볼리(Wolli)’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 고을의 마스코트처럼 아끼고 있는데, 이 검정코 양 중 가장 잘생긴 양을 선발하는 대회와 ‘올해의 목동’을 선발하는 이벤트가 개최된다.
‘올해의 목동’ 선발대회에는 목동들이 성실하게 양을 관리하면서 많은 노고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들 양치기 소년, 양치기 아저씨 들이 스위스 농업-목축업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린 주역들이다.
축제는 체르마트의 첸 슈테켄(Zen Stecken)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양 떼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9월 9일 10시에는 전통 호텔 율렌(Julen)의 외양간에서 검정코 양 목욕을 시키는 시간을 갖는다. 9월 10일엔 11시 축제에 감사하는 미사를 올린뒤 점심때 전통 랜들러(Ländler) 음악과 함께 오찬을 즐긴 다음 오후 1~3시 다채로운 콘텐츠와 웃음거리, 감동거리를 가진 선발대회가 열린다.
축제들을 구경하고 나면 전통을 지키면서 마을에 풍요와 웃음을 가져다주는 목동이 얼마나 숭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된다.
오는 9월 7~17일에는 마테호른 아래 리펠알프 예베당에서는 이 도시와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베를린 샤로운 앙상블이 방문해, 알프스 산자락을 클래식의 선율로 감싸는 체르마트 페스티벌(Zermatt Festival)을 연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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