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극장가 '5천원 티켓'에 10대 수백명 몰려 싸움…총격 부상도
코로나19 위기에 만들어진 '시네마 데이' 폐지 여론 높아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극장가에서 전국적으로 4달러(약 5천300원)에 티켓을 판매한 행사에 10대 청소년들이 수백명씩 몰리면서 곳곳에서 집단 패싸움이 벌어지고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지역 일간 LA타임스와 CBS·ABC 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일요일인 27일 미 극장주 단체가 정한 '전국 영화의 날'(National Cinema Day) 행사가 열려 영화 티켓 1장을 4달러에 판매했다. 대표적인 극장 체인 AMC 티켓 가격이 14∼18달러(1만8천600∼2만3천9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약 4분의 1 가격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지역별 주요 영화관이 있는 쇼핑몰에 청소년들이 수백명씩 몰리면서 곳곳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내 주요 도시인 토런스의 번화가인 델아모 쇼핑몰 주변에는 1천 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몰려든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토런스 쇼핑몰 앞에서 청소년들의 패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진압하기까지 몇 시간 동안 10대 무리 간 난투극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총탄이 발사됐다는 신고도 있었으나, 심각한 부상자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목격자들은 이날 패싸움이 AMC 극장 주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목격자 코너 스완은 "모두가 극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이미 몰려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그 위로 계속 뛰어들었다. 혼돈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수많은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인근 도시 컬버 시티의 경찰까지 출동해 현장의 소요를 진압하고 청소년들을 해산시켰다.
토런스는 LA 카운티 내에서 한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슷한 소동은 캘리포니아주 북부 에머리빌과 미 동부 보스턴, 시카고 인근에서도 있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에머리빌의 베이 스트리트 쇼핑몰에서도 AMC 영화관 앞에 청소년 수백명이 몰려들면서 사고가 벌어졌다. 주변 거리에서는 총성이 울렸고, 한 청소년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경찰은 지역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 해당 쇼핑몰에서 "만나자"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면서 수백명이 몰린 것으로 봤으며, 싸움이나 칼부림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
청소년들이 틱톡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동영상 촬영용 가짜 패싸움을 시작했다가 실제 싸움으로 이어졌다는 추측도 나왔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보스턴에서는 AMC 영화관 두 곳에서 청소년들의 패싸움이 잇달아 벌어졌다. 보스턴 도체스터 지역에 있는 사우스베이 쇼핑센터 내 AMC 극장 앞에서 싸움이 시작됐고, 경찰은 싸움을 주도한 12∼17세 청소년 8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해당 영화관 직원들은 몰려드는 10대 관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자 결국 문을 닫고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날 오후 5시 45분께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도시 시서로에서는 AMC 극장 앞에 청소년 250여명이 몰렸고, 극장 측이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를 돌려보내자 소요가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극장 앞 주차장으로 돌아가던 중 총격이 벌어졌고, 소년 1명이 총에 맞아 다쳤다. 경찰은 이 총격과 관련해 1명을 체포했지만, 총을 쏜 이유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이밖에 뉴욕주 올버니, 조지아주 더글러스빌에서도 극장 주변에서 청소년 수십명이 연루된 육탄전이 벌어졌다.
'전국 영화의 날'은 전미극장소유주협회가 만든 비영리단체인 영화재단(Cinema Foundation)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처음 만든 행사다.
CNN에 따르면 작년 행사일에는 티켓 1장을 3달러(약 4천원)에 판매했고, 하루 동안 800만명이 극장을 찾아 전체 티켓 수입이 전날의 2배 수준인 2천380만달러(약 31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행사 당일 미 곳곳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진 데 이어 올해에도 청소년 패싸움과 부상 등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행사를 폐지하는 편이 낫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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