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수퍼 SUV의 정의, 람보르기니 우루스 퍼포만테
2023. 8. 30. 08:10
-최고출력 666마력·최고속도 306㎞/h로 수퍼 SUV 가치 제시
-순수 내연기관 우루스의 마지막 장식
람보르기니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우루스가 악마의 숫자를 새기고 등장했다. 최고출력을 '666'마력에 맞춘 우루스 퍼포만테가 주인공이다. 이전보다 성능을 끌어 올리고 무게를 덜어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에도 '성능'을 뜻하는 퍼포만테(Performante)를 덧붙였다. 이미 고성능을 지녔지만 굳이 더 성능을 부각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수퍼카를 닮은 디자인
우루스를 포함한 람보르기니의 디자인은 육각형을 기반으로 한다. 그만큼 기하학적인 요소가 날렵한 차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외관 전면부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Y자형 헤드램프를 중심으로 구성해 수퍼카의 느낌이 물씬하다. 범퍼는 이전보다 흡기구를 더 찢어내 과격하고 대담한 얼굴이 만들어졌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드는 경량화 외에도 예리한 디자인이 가능해 엔진룸의 열을 배출하는 배기구를 뚫을 수 있었다.
측면은 쐐기형과 쿠페 모양의 실루엣이 두드러진다. 폭스바겐그룹의 MLB 에보 플랫폼을 쓴 차 중 가장 멋스럽다. 여기에 날카로운 선들을 채워 넣고 DLO(Day Light Opening)를 얇게 처리해 SUV 스타일 임에도 역동적인 자세가 연출됐다. 차체 사방엔 탄소섬유 클래딩을 둘러 매력을 더한다. 탄소섬유, 티타늄 등을 통해 얻은 경량화 효과는 47㎏에 이른다.
후면부는 아벤타도르 SVJ에서 영감을 얻은 날개형 리어 스포일러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레이싱카의 감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초고속 주행이 가능한 만큼 다운포스를 증가시키는 데에도 기여한다. 테일램프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Y자형으로 구성해 일관성을 부여했다. 범퍼 아래엔 SUV임에도 디퓨저와 티타늄 쿼드 머플러를 장착해 고성능을 암시한다. 차체는 길이 5,137㎜, 너비 2,026㎜, 높이 1,618㎜, 휠베이스 3,006㎜다.
실내는 좌우대칭형 대시보드를 바탕으로 람보르기니만의 정체성을 입혔다. 스티어링 휠, 송풍구, 시트 패턴 등에선 육각형의 조형성과 레이싱 감성이 드러나면서 달리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일부 요소에서는 람보르기니와 같은 그룹인 아우디의 손길이 느껴진다. 소재는 알칸타라와 탄소섬유를 적극 활용해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전한다.
공간은 넉넉한 휠베이스와 너비 덕분에 여유가 넘친다. 뒷좌석은 2명이 앉을 수 있도록 독립식으로 구성했다. 높게 솟아오른 센터 터널과 콘솔도 공간을 명확히 나눈다. 적재공간은 616ℓ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596ℓ까지 늘어난다.
▲SUV로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엔진은 V8 4.0ℓ 트윈터보를 얹어 최고출력 666마력, 최대토크 86.7㎏·m를 뿜어낸다. 이전보다 16마력을 향상해 더욱 폭발적인 동력을 제공한다. 306㎞/h에 이르는 최고속도와 3.3초에 불과한 0→100㎞/h 가속시간은 이 차가 지상에서 가장 빠른 SUV 중 하나임을 증명한다.
체감 동력 성능은 말 그대로 수퍼카에 버금간다. 육중한 덩치가 튕겨져 나가는 듯한 가속력과 두터운 엔진음, 높은 시야가 뒤섞이면서 독특한 주행 감성을 만들어낸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을 조합했다. 반응이 즉각적인데다 패들 시프터를 활용할 수 있어 운전 재미를 키운다. 연료 효율은 ℓ당 5㎞대를 기록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애니마(Anima)'라 불리는 우루스의 주행 모드는 스트라다, 스포츠, 코르사의 온로드 모드와 험로를 위한 랠리 모드를 제공한다. 각 모드의 차이는 폭넓은 성능만큼 크다. 스트라다는 이 차로 가장 평범하게 달릴 수 있다. 공회전방지(ISG)와 부분자율주행 시스템을 유일하게 쓸 수 있다. 여유로운 가속력과 승차감은 다른 고급 브랜드의 대형 SUV와 많이 닮았다. 그럼에도 조금씩 들려오는 나긋한 엔진음은 "이쯤되면 스포츠 모드도 한 번 써보지?"라고 부추긴다.
짧은 시승 중 가장 많이 썼던 스포츠 모드는 자세제어장치 개입을 줄이며 거친 황소의 기운을 전한다. 아크라포빅이 손 본 가변 배기 시스템은 울림이 크고 힘찬 배기음이 돋보인다. 팽팽하게 조인 서스펜션은 SUV의 감각을 잊게 만든다. 코르사 모드는 차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서킷에서나 어울릴 법한 완전 다른 차로 돌변한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하체는 단단하면서도 편안한 설정을 제공해 일상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지만 정확한 조향 감각을 보여준다. 여기엔 네 바퀴 조향 시스템도 거든다. 이 시스템은 기다란 우루스의 짧은 선회와 주행 안정성 향상을 돕는다. 소음, 진동 차단 능력은 어지간한 고급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에 가깝다. 실내를 콘서트홀로 만들 수 있는 뱅앤올룹슨 음향 시스템과의 조화도 매력적이다.
차와 피렐리 P-제로 트로페오 타이어와의 끈적한 궁합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노면은 물론이고 비에 젖은 굽잇길에서도 차의 성능을 온전히 뽑아낼 수 있도록 도왔다. 규격은 고성능차답게 앞 285/35 R23, 뒤 325/30 R23의 다른 편평비를 채택했다. 제동력도 일품이다. 묵직한 거구를 기대 이상으로 감속한다. 앞바퀴엔 성능과 무게를 버티기 위해 10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와 탄소 세라믹 디스크를 결합했다.
▲가장 찬란한 순수 내연기관 우루스의 매력
우루스 퍼포만테는 엔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우루스의 가치를 극대화한 차다. 성능뿐만 아니라 경량화와 디자인 변화를 이루면서 수퍼 SUV의 면모를 마음껏 과시한다. 순수 내연기관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적절한 모습이다.
그렇다. 아쉽게도 람보르기니는 더 이상 순수 내연기관을 탑재한 우루스의 주문을 받지 않는다. 전동화 전략에 따라 이제는 PHEV 시스템을 탑재한 우루스만 선택할 수 있다. 우루스 퍼포만테의 시작 가격은 3억2,89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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