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하우스 그분’ 양진석 “건축과 음악은 내게 동일한 작업”

서정민 2023. 8. 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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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 ‘프리덤’으로 12년 만에 싱어송라이터 컴백
건축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양진석. 샤이체어 제공

건축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양진석은 오랜 세월 선입견과 싸워왔다. 2000년대 초반 어려운 이들의 집을 개조해주는 예능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꼭지)에 출연했을 때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 안달 난 사람”, 건축가로 이름 날리다 음반을 냈을 때는 “취미로 음악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항변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함으로써 항변을 대신했다. 지난 21일 발표한 7집 ‘프리덤’도 그중 하나다.

사실 양진석은 건축가이기 이전에 음악가다. 1980년대 한동준, 지근식 등과 그룹 노래그림 활동을 한 게 먼저였다. 일본 건축 유학 뒤 돌아와 발표한 솔로 1집 ‘마이 라이프’(1995)는 음악가의 정체성을 놓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수록곡 ‘만나기까지’는 당대 인기 짝짓기 예능 ‘사랑의 스튜디오’(문화방송) 주제가로 쓰이기도 했다.

건축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양진석. 샤이체어 제공

“이후의 삶은 음악가와 건축가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죠.” 최근 서울 이태원 작업실에서 만난 양진석이 말했다. 3집(2001) 이후 건축 일이 몰리면서 음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스트레스에 찌든 기성인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문득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 일을 확 줄이고 젊은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하니 살 것 같았죠.” 4집(2009)과 5집(2011)을 잇따라 냈다. 서울 홍익대 앞 클럽에서 공연하고,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언제까지 건축 일을 놓을 수만은 없었다. 건축 일을 재개한 그는 이번엔 음악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다. 강원 양양 설해원 리조트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틈틈이 노래를 만들며 언젠가 다시 음악가로 돌아가길 꿈꿨다. 지난 2021년 꼭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6집 ‘반 오케스트라’를 발표하며 그간의 갈증을 풀었다. 다만 그는 노래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객원 가수들에게 넘기고 프로듀서 자리에 머물렀다.

양진석 7집 ‘프리덤’ 표지. 샤이체어 제공

이번 7집은 5집 이후 12년 만에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왔음을 선포하는 앨범이다. 수록된 10곡 모두 직접 쓰고 불렀다. 그는 자신의 노래 중 2집(1998) 타이틀곡 ‘서머 드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했다.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청량한 시티팝 스타일의 숨은 명곡이다. “제 음악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준 곡인데요, 또 하나의 ‘서머 드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한 게 이번 7집입니다.”

앨범에는 팝록·펑키 기반의 경쾌하고 청량한 시티팝, 라운지팝이라고 불러도 좋을 몽롱하고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팝, 힘차게 쭉쭉 뻗는 록 스타일의 곡들이 공존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우리를 옥죄던 마스크를 벗고 자유를 되찾은 기분을 노래한 ‘프리덤’, 높이 날아오르는 드론처럼 가볍고 경쾌한 ‘드론’, 여성 싱어송라이터 주이서와 듀엣으로 부른 일렉트로닉 팝 ‘원스 어폰 어 타임’,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이 일품인 ‘꿈같은 때’, ‘빛과 소금’의 장기호와 함께 부른 ‘유 캔 파인드 유어셀프’ 등 거의 모든 곡이 타이틀곡이라 해도 될 만큼 고르게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건축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양진석. 샤이체어 제공

미국 가수 셰어가 1998년 히트곡 ‘빌리브’에서 오토튠을 이용해 로봇 목소리처럼 변형했듯이 노래 중간중간 오토튠으로 목소리를 찌그러뜨린 대목이 많다. 양진석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음악에는 디지털라이즈된 목소리가 어울리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년 전부터 1991년생 프로듀서 이주원과 함께 작업하며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려 애쓴다. 반면 노랫말에선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낸 ‘어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원스 어폰 어 타임’만 사랑 노래이고, 나머지 9곡은 모두 삶의 단상과 성찰을 노래한다.

그는 “건축과 음악은 내게 동일한 작업이다. 예술이면서 컨템퍼러리(동시대적)해야 한다. 올드하면 안된다. 항상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에서 늘 새로운 작품, 이전과 다른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음악에도 적용된다. 이번 7집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젊은 앨범이라 할 만하다. 그는 7집 발매를 기념해 오는 11월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구름아래소극장에서 12년 만의 단독 공연을 펼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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