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에 "정말 오랜만이군요" 인사한 바이든… 왜?

김태훈 2023. 8.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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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전직 대통령 트럼프의 공무상 기밀 누설 등 혐의를 잡아 그를 재판에 넘긴 갈런드 장관은 최근에는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아들이 연루된 범죄 혐의를 파헤치기 위한 특별검사도 임명했다.

그들은 백악관과 법무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갈런드 장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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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가 이목 집중된 갈런드 법무장관
트럼프 수사·기소로 공화당 미움 받아
바이든 차남은 특검에… "누구 편인가"

요즘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다. 전직 대통령 트럼프의 공무상 기밀 누설 등 혐의를 잡아 그를 재판에 넘긴 갈런드 장관은 최근에는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아들이 연루된 범죄 혐의를 파헤치기 위한 특별검사도 임명했다.

2024년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트럼프와 바이든 둘 다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셈이다. 오죽하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갈런드 장관의 선택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가운데)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관련 사건 등 여러 건의 중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의식한 듯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갈런드 왼쪽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EPA연합뉴스
최근 백악관에서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과 갈런드 장관의 만남은 이런 미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법의 지배를 위한 민권 변호사 위원회’(Lawyers’ Committee for Civil Rights Under the Law) 지도부를 초청해 이 위원회의 창립 6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1963년 출범한 민권 변호사 위원회는 그간 흑인 등 소수인종과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및 남녀차별 반대 운동을 주도해왔다.

◆트럼프 수사·기소로 공화당 미움 받아

이 자리에는 여당인 민주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들은 물론 행정부를 대표해 갈런드 장관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축하 연설 도중 갈런드 장관을 가리키며 “정말 오랜만입니다, 장관님”이라고 인사했다.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다른 참석자들을 향해 “제가 지금 농담을 하는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좌중에선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한 모습.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나는 아주 오랫동안 법무장관과 만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의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 수사에 착수한 뒤 공화당 일각 그리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갈런드 장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갈런드 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연방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낙마했다. 이후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며 법무장관으로 발탁됐다.

트럼프 지지자들 입장에선 ‘공화당과 악연인 갈런드 장관이 수사권을 쥐고 트럼프한테 보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들은 백악관과 법무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갈런드 장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바이든 차남은 특검에… "누구 편인가"

그런데 갈런드 장관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한테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탈세 등 혐의 관련 수사를 대충 끝내지 않고 특검에 맡기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만약 특검 수사에서 헌터의 추가 혐의가 드러나고 그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점은 뻔하다.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도전 의사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 헌터는 탈세 등 혐의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미 정가에서 갈런드 장관을 가리켜 ‘여(與)도 야(野)도 개의치 않는 좌충우돌 법률가’란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그는 정치와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행여 트럼프 수사 또는 헌터 수사 등과 관련해 법무부와 백악관의 ‘거래설’이 불거질까봐 염려한 것이다.

법조 인생 대부분을 판사로 살아 온 갈런드는 2021년 3월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에 취임한 직후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친구와 적, 권력자와 힘없는 사람, 부자와 빈자, 인종과 민족에 따라 규칙이 다르게 적용되면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 법무부는 법에 따라 공정을 추구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란 말로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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