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업맨→마무리' ERA 9.64에도 "마무리는 정철원"…하지만 보장된 건 없다, 사령탑이 단 '조건'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실패가 늘어나면 광범위하게 봐야 될 것 같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달 13일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홍건희의 지표가 블론세이브는 없지만, 지난달부터 지표가 조금 좋지 않다'는 질문을 받았다. 홍건희는 지난 4월 11경기에 등판해 5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5월 10경기에서 1승 6세이브 평균자책점 1.50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6월 2승 5세이브를 수확했으나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2.61, 평균자책점은 3.52로 크게 치솟은 모습이었다.
이에 사령탑은 "지금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홍건희가 잘 막아줬다. 불안불안했지만, 20세이브를 기록했다. 후반기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똑같지 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대안도 생각 중이다. 일단은 홍건희가 우리팀의 마무리를 맡아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밝혔다.
여러 고민이 많아 보였던 이승엽 감독. 하지만 불안한 투구 속에서도 정규시즌 첫 등판 이후 블론세이브 없이 팀의 뒷문을 담당해 주고 있기에 홍건희에게 후반기에도 마무리 역할을 맡길 뜻을 드러냈다. 그렇게 홍건희는 후반기에도 두산의 '클로저'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하지만 전반기 막바지 불안했던 모습은 확실하게 지우지 못했고, 사령탑은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5일 홍건희와 정철원의 보직을 맞바꾸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해 23개의 홀드를 수확하며 혜성같이 등장해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정철원이 작년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했지만, 7월 8경기에서 1승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7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홍건희의 이탈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현재까지 마무리 변경의 승부수는 냉정하게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마무리로 이동한 이후 정철원은 홍건희가 불안감을 내비칠 때보다 더욱 좋지 않다. 정철원은 마무리로 이동한 뒤 첫 등판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⅔이닝 동안 1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기더니, 5경기에서 4⅔이닝 동안 5실점(5자책) 평균자책점 9.64로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27일 경기는 두산의 입장에서 매우 아쉬웠다. 두산은 지난 27일 SSG 랜더스의 마무리 서진용에게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안기는 등 연장으로 이어지는 접전의 승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내는 동안 3피안타 1볼넷을 기록하는 등 2실점(2자책)으로 무너지면서 3-5로 무릎을 꿇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지만, 일단 이승엽 감독은 조금 더 정철원을 믿어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사령탑은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앞서 "우리 투수들이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기 때문에 1~2경기로 평가를 하면 너무 쉬운 결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힘들 때가 됐지만, 당연히 믿고 있다"고 말 문을 열었다.
보직을 변경한 후 정철원이 거듭 부진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승엽 감독은 "(정)철원이의 경우 멘탈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멘탈이 너무 강해서 탈이 아닌가요?"라고 웃으며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해봤더니 자세적인 부분에서 좋았을 때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영상을 보면서 문제점을 찾았기 때문에 또 믿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현재 체제에서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는 "마무리는 정철원이라고 정해놨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고 실패가 늘어나면 조금 광범위하게 봐야 될 것 같다"며 "당일 당일의 컨디션이 좋은 선수 위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이제는 팀을 생각하는, 팀의 승리를 위한 경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즉 정철원이 두산의 '뒷문'을 담당하는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갈 길이 바쁜 가운데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지금껏 희망해 왔던 마무리 자리에서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사령탑은 "믿겠다"는 입장. 정철원이 빠르게 안정을 찾고 두산의 차기 마무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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