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씨가 또 운다 [프리스타일]

김은지 기자 2023. 8. 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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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유가려씨는 자주 울었다.

2012년 10월30일 유가려씨는 한국에 왔다.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오빠가 처벌받고 나오면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다"라고 말하거나, 유가려씨 가슴과 등에 종이 표찰을 붙이고 다른 탈북자들 앞에 서 있게 하는 등의 망신을 줬다.

유가려씨는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겪었다고 일관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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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의 동생 가려씨(사진)는 합동신문센터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겪었다고 일관되게 밝혔다. ⓒ영화 '자백' 갈무리

법정에서 유가려씨는 자주 울었다. 증언을 하다가 울고, 울다가 피고인석의 국정원 직원들을 향해 화를 냈고 그러다 재판이 중단되는 일이 잦았다. 판사는 “왜 갑자기 잘 있다 우느냐”라고 물었다. ‘피해자 유가려’를 오래 봐온 양승봉 변호사는 그저 그의 등을 두드렸다. 증인석에 앉은 가려씨는 조서를 보니 옛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 ‘옛 기억’이 유우성 사건의 시작이다. 2012년 10월30일 유가려씨는 한국에 왔다.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 들어갔다. 당시 관련 시행령에 따라, 국정원 등이 탈북자 신원 확인과 간첩 검거 등을 담당했다. 유가려씨는 이곳에서 171일 동안 조사받으며 “오빠(유우성)가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유우성 사건의 핵심 증거는 이 증언이었다. 그러나 합신센터에서 풀려나 자유로운 상태가 된 가려씨는 국정원 직원들의 폭력·폭언·회유에 시달리다 진술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2014년 4월25일 유우성 간첩 사건 2심(서울고등법원 형사7부 김흥준 부장판사) 판결문이 인정하는 바다.

“(합신센터에서) 유가려는 CCTV가 설치된 방에 수용됐다. 방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나갈 수 있었다. 달력이 제공되지 않아 날짜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외부와 연락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피의자로 수사받았지만, 변호인 조력권도 진술거부권도 고지받지 못했다.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오빠가 처벌받고 나오면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다”라고 말하거나, 유가려씨 가슴과 등에 종이 표찰을 붙이고 다른 탈북자들 앞에 서 있게 하는 등의 망신을 줬다.

유가려씨는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겪었다고 일관되게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2020년 뒤늦게 국정원 직원 둘을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 나온 진술도 있다. 당시 합신센터에 있던 탈북자 A씨는 “유가려 얼굴 한쪽 볼이 빨갛더라고요. 내가 '맞았어?' 하니까 눈을 쓰윽 내리깔아서 속으로 ‘때리나?’ 생각했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런데도 8월9일 1심(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구체적인 폭력 상황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 사건의 핵심은 “행정조사권이 있음을 기화로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 유가려에게 진술을 강요해 의무 없이 불리한 진술을 하게 했다(검찰 공소장)”로 봐야 하지 않을까. 선고를 접한 가려씨가 또 운다.

간첩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유우성씨(가운데)는 김진형 변호사(왼쪽) 양승봉 변호사(오른쪽) 등의 조력을 받아 최종 무죄를 받았지만, 관련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사IN 신선영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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