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니 사망사고, 일차 책임은 회사에 있다

주하은 기자 2023. 8. 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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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에서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샤니 성남공장에서 일하던 피해자가 하강하는 반죽 통에 끼임 사고를 당했다.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 의문이 나온다.

SPC그룹에서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시 SPL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지 열 달 만이다. 이번 사고는 또 다른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의 성남공장에서 일어났다. 사고가 발생한 8월8일 피해자 A씨(55)는 공장 2층 치즈케이크 생산라인에서 주간 근무 중이었다. 낮 12시33분 끼임 사고를 당한 A씨는 26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뒤인 8월10일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반죽 분할기’였다. 이 기계는 리프트와 분할기로 구성된다. 리프트는 반죽이 담긴 볼(Bowl·반죽 통)을 위로 들어 올려 그 내용물을 분할기 안으로 붓는 장치다. 분할기는 반죽을 제품의 종류에 따라 나눈 다음 컨베이어벨트에 싣는다.

SPC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반죽 분할기 내부에 있는 볼트를 조절 중이었다. 리프트로 반죽을 분할기에 넣는 작업은 이미 완료되었지만, 반죽 통은 내려지지 않은 채 A씨 위의 공간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함께 작업 중이었던 B씨가 세척대로 이동하던 중 리프트 하강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다. 반죽 통이 하강했고 그 아래서 작업을 하던 A씨는 끼임 사고를 당했다(〈그림〉 참조). 동료 작업자 B씨는 리프트 하강 버튼을 누른 이유에 대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튼을 누르기 전 A씨의 위치를 알았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성남중원경찰서는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반죽 분할기와 반죽 통 사이에 상체가 끼인 것으로 추정된다(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SPC그룹은 반죽 통과 리프트 사이에 A씨가 끼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A씨는 회사 공무팀이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기계 설비를 해체할 때까지 약 6분간 기계 사이에 끼인 상태로 있었다. 수도권 지역 일간지 〈경인일보〉가 보도한 사진을 보면 A씨가 사고 당일 입었던 작업복 상의에는 상당한 혈흔이 남아 있었다.

이번 사고를 단지 ‘동료 작업자의 실수로 일어난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주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동료 작업자만을 처벌한다면 논리가 거꾸로 된 것”이라고 말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의 일차적 책임 주체는 회사가 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고의가 아닌 이상 동료 작업자는 이차적 책임만 질 뿐이다.

작업자의 실수는 산업재해에서 예외적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작업자가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때로는 피해자 본인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따라서 그 가능성 역시 고려해 안전설비 및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사업주의 법률적 책임이다. 실수가 발생해도 치명적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설비의 ‘근원적 안전성’을 확보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8월11일 샤니 성남공장을 방문하려던 정의당 국회의원 등을 샤니 직원들이 막아섰다.ⓒ시사IN 신선영

SPC그룹 중에서도 끼임 사고 잦았던 샤니

샤니 역시 리프트의 위험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샤니의 ‘안전작업 표준서’에 따르면 “리프트 상승, 하강 중 이격부 협착 및 볼(반죽 통) 낙하로 인한 위협”을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미 인지된 위험 요인을 막기 위한 샤니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고, A씨는 반죽 통 밑에서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다. 전형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유해하고 위험한 요인을 회사가 평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다. 위험성을 몰랐든, 알았는데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든 회사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설비로는 두 가지가 지적된다. 먼저 비상정지 버튼이다. 동력으로 작동하는 장치는 비상 상황에서 바로 작동을 멈출 수 있도록 비상정지 장치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또한 비상정지 버튼은 ‘근로자가 작업 위치를 이동하지 않고 조작할 수 있는 위치(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88조 2항)’에 놓여 있어야 한다. A씨가 사고를 당한 리프트 역시 비상 버튼이 있었다. A씨가 이 비상 버튼을 눌렀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8월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들이 샤니 성남공장을 찾은 현장에서는 경보기 설치 및 작동 여부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현장을 돌아본 박정 국회 환노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반죽 볼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기계(리프트)는 노동자들 요청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장치가 설치됐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는데 고장이었는지, 누군가 수동으로 꺼놨는지 등은 추가로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SPC그룹은 “경보기가 설치돼 있었던 것은 맞다. 다만 사고 당시 경보기가 작동했는지는 경찰 조사로 밝혀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8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SPC 샤니 공장 끼임 사고 현장 사진을 보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샤니는 SPC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끼임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회사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년 1월~2023년 3월) 샤니에서 일어난 끼임 사고는 총 14건이다. 샤니에서 일어난 총 35건의 산업재해 중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은 이 회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중 15.5%(148건 중 23건), SPC삼립은23.8%(63건 중 15건)가 끼임 사고다.

더욱이 2년 전에도 샤니 성남공장에 있는 반죽 분할기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7월16일 샤니 성남공장에서 일하던 C씨 역시 반죽 분할기에서 끼임 사고를 당했다. C씨는 분할된 노즐 부분에 남아 있는 반죽 찌꺼기를 치우는 중이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는 C씨를 인지하지 못한 채 동작 버튼을 눌렀고, 결국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그룹은 “이번 사고는 리프트에 달린 반죽 통에 끼여 일어난 사고로, 2년 전 사고와는 유사성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0월 SPC그룹은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열 달 만에 다시 발생한 사망사고로 SPC그룹의 다짐은 빛이 바랬다. 이번에도 SPC그룹은 고개를 숙여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8월16일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는 “사업장에서 다시는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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