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종목소개 ⑨ 레슬링
아시안게임에 1진, 세계선수권에 2진 파견 '승부수'
김현우·류한수, 은퇴 앞두고 안간힘…정한재도 메달 후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레슬링에 '효자 종목'이라는 수식어는 꽤 오래전에 사라졌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종합대회마다 우리나라에 많은 금메달을 안겼던 레슬링은 21세기 이후 국제 경쟁력을 잃은 뒤 변방으로 밀려났다.
한국 레슬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노골드,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 1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노골드에 그쳤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엔 단 2명의 선수만 출전권을 획득해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등 총 12개 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등 총 8개 메달을 따내는 데 그쳤다.
레슬링의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1개(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정한재), 동메달 1개(여자 자유형 50㎏급 천미란)에 그쳤다.
한때 아시아 최강으로 불렸던 한국 레슬링은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레슬링 대표팀은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와 함께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동시에 느끼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부활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회 레슬링은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며 총 1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6개와 자유형 6개, 여자 자유형 6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이 기대하는 종목은 남자 그레코로만형이다.
그레코로만형은 자유형과는 다르게 하반신 공격을 할 수가 없어서 입식 플레이에 능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메달 후보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정한재(수원시청)와 67㎏급 류한수(삼성생명), 77㎏급 김현우(삼성생명)다.
류한수와 김현우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터줏대감이다.
1988년생 동갑인 둘은 나란히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삼고 훈련에 열중해 왔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현우는 최근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상당히 끌어올리기도 했다.
김현우의 소속팀인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표팀 선수 중 김현우의 컨디션이 가장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는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 경기 도중 늑골막을 다쳐 한동안 회복에 힘썼으나 현재는 경기를 치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다.
김현우의 단짝인 류한수도 기대를 모은다. 그는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한다.
고질적인 왼쪽 어깨, 허리 통증을 안고 있지만, 이를 악물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정한재도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김현우, 류한수의 뒤를 잇는 차세대 한국 레슬링 간판으로 현재 대표팀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2018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수원시청)과 여자 자유형 50㎏급 천미란(삼성생명)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아시아권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거 불참하는 것은 호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당초 작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되면서 2024 파리 올림픽 예선과 일정이 겹쳤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은 체급별로 16장이 부여되는데 이 중 5장이 다음 달 17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인을 찾아간다.
이란, 일본 등 아시아 레슬링 강국은 대부분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하고 아시안게임에 2진을 내세운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안게임에 대표선발전 1위 선수를, 세계선수권에 2위 선수를 파견한다.
한 선수가 2개 대회에 모두 출전하면 컨디션 조절이 어려운 데다 부상 위험을 우려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온 힘을 쏟아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안게임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레슬링 대표팀 간판인 김현우는 지난 2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레슬링의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못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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