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엔비디아와 동맹’.. 만년3위 구글 클라우드, AI로 역전 노려

샌프란시스코/오로라 특파원 2023. 8. 3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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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대면으로 열린 넥스트 2023
구글, “AI는 우리가 원조” 역량과시
엔비디아 젠슨 황도 깜짝 등장
2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3'에 기조연설자로 오른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오로라 특파원

“인공지능(AI)이 모두를 도울 수 있게 하는 것은 (구글 같은 빅테크의) 향후 10년의 발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201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대면 행사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3′에 기조연설자로 나타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그렇기 때문에 구글은 (AI와 관련된) 뛰어난 기계 학습 모델, 기초 기술, 설비 등에 큰 투자를 해왔고, 그 결과를 오늘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피차이는 이날 평소 선호하는 가디건, 후드 집업과 같은 편안한 옷차림 대신 빳빳하게 다려진 회색 정장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현장 참석자들 사이에선 “AI붐 이후 급격하게 치열해진 클라우드 경쟁에 기선제압을 위한 ‘전투복’을 입고 나온 듯 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이날 행사 분위기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에 이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만년 3위 기업’인 구글 클라우드가 AI를 무기로 권토중래를 하겠다는 선전 포고와 같았다. 전작보다 AI 훈련 성능이 2배 개선된 차세대 AI반도체 ‘TPU v5e’를 공개하며 컴퓨팅 역량을 뽐내는가 하면, 기업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기반 신기술 20여개를 무더기로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강형준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은 후발주자일지 몰라도, AI분야에서는 알파고를 개발한 원조맛집”이라며 “생성형AI의 무한경쟁 시대가 시작되며 구글 클라우드가 (경쟁사 대비) 확실한 강점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현시점 최고 핫가이’ 젠슨 황도 깜짝 등장

2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3'에 신기술을 발표중인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오로라 특파원

이날 신기술 발표에 나선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엔비디아의 H100을 탑재한 수퍼컴퓨터 ‘A3 VM’을 내달 정식 출시한다”며 “우리는 유일하게 서버리스(severless) 환경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업체”라고 했다.

H100은 개당 가격이 4만 달러(약 5300만원) 이상인데도 구하기가 어려운 최첨단 AI반도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자체 개발 AI반도체인 TPU만 사용하던 구글이 지난 3월 처음으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자체 클라우드에 사용하기 시작한 후, 이를 무기 삼아 확실하게 경쟁사와 차별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양사 협력 확대 소식이 나온 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장중 4% 이상,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2% 이상 급등했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3'에 깜짝 등장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오로라 특파원

이날 발표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자켓을 걸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등장하며 구글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연산력과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인 ‘버텍스 AI’가 결합하면 고객들에게 뛰어난 자동화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와 구글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하며 ‘윈-윈’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 사무 경험 완전히 바꾼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한 신규 사무용 서비스가 대폭 탑재된 것도 올해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의 관전 포인트였다. 피차이 CEO는 전세계 3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구글의 사무용 플랫폼 ‘워크스페이스’에서 쓸 수 있는 생성형AI ‘듀엣(Duet)AI’를 이날부로 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MS 365 코파일럿’에 탑재한 AI기능과 정면 대결을 예고한 셈이다. 가격은 MS과 똑 같은 월 30달러로 책정됐다.

이날 구글의 시연에 따르면 구글 워크스페이스 우상단에 ‘듀엣AI’ 버튼이 신설된다. 버튼을 클릭해 챗봇 형태인 듀엣AI를 작동시키고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요약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듀엣AI는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 되어있는 파일을 검색해 5~6초 만에 내용 요약을 해보인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자동으로 구글 스프레드시트 파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구글의 화상 회의 툴인 ‘구글 미트’에도 듀엣AI가 탑재된다. 화상회의에 늦게 참석했을 경우, “앞서 나온 내용들을 요약해줘”라고 입력해 회의 내용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이 밖에 다국적 참여자가 있는 회의일 경우, AI가 18개의 언어를 실시간 자막으로 생성해 회의의 언어 장벽을 사실상 없애주기도 한다.

엔지니어 지식이 없는데도 앱을 만들수도 있다. 이날 1만 8000여명이 몰린 행사장에 설치된 구글 워크스페이스 부스에서는 듀엣AI가 결합된 구글의 ‘앱시트’ 기능을 통해 간단한 명령어 한두만디로 앱을 만드는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예컨대 “매 30분마다 한국에서 나온 구글 관련 뉴스를 모두 요약해서 보여주는 앱을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구글 메일이나 구글 챗으로 알람이 오는 간략한 앱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고객용 AI엔진인 버텍스 AI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해, 고객들이 100여가지의 AI 모델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하겠다고 밝혔다. 피차이 CEO는 “생성형 AI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구글 클라우드는 우리가 갖춘 AI역량에 고객들이 자유롭게 접근해 저마다의 AI를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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