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한별 "촬영이 끝나고 나자 그제서야…"
김모미 본체 연기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
"대학 졸업 후 연기 위해 무작정 상경해"
"불안감 점차 커질 때 오디션 기회 얻어"
"안 돼도 일단 해보자, 4개월 달려 들어"
"연기 걱정 현장 들어가니 오히려 좋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아직 8월도 다 지나가지 않았지만, 올해의 신인 배우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을 연기자 한 명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의 이한별(31)이다. 포털 사이트에 이한별을 검색하면 생소한 얼굴의 배우가 한 명 뜬다. 출연작은 '마스크걸' 딱 한 편. 아무리 신인이라고 해도 단편영화 또는 광고 출연, 그게 아니라면 단역으로 나온 영화·드라마 한 편은 나오는 게 보통이지만, 그런 것도 없다. 말 그대로 이한별은 완전 신인 배우다.
매미·희세 작가가 2015~2018년 연재한 동명 웹툰이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로 영상화 된다는 소식과 함께 배우 고현정이 캐스팅 됐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모미'를 그가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나서 이달 초 '마스크걸' 공개를 앞두고 스틸 사진이 공개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와, 딱 김모미다.' 원작 속 김모미를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배우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난 뒤엔 더 큰 반응이 왔다. '이 배우는 어디서 나타난 거냐.' 모두 이한별에 관한 얘기였다. 그는 외모가 주는 강렬함 못지 않게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보여주며 호평 받았다.
"처음에 스태프 사이에선 김모미B를 연기하는 배우를 특수 분장해서 김모미A를 연기하게 하자는 얘기가 있었대요(이 작품에선 각 시기별 김모미를 세 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했고, 이한별은 김모미A를 맡았다). 캐스팅 되고 나서 각 스태프를 차례로 만나게 됐는데, 저를 본 분들이 다들 '아, 이래서…' 하는 반응이었습니다.(웃음)"
'마스크걸' 제작진은 김모미에 딱 맞는 배우를 백방으로 찾았다고 한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 배우들 중에는 김모미에 어울리는 배우가 없어 연극·광고·학교·학원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보통 신인 배우들의 경우 일반 연예 기획사 뿐만 아니라 광고 회사 쪽에도 프로필을 돌리게 되는데, 이한별은 광고 회사를 통해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그땐 '마스크걸' 오디션인지도 몰랐습니다. 일단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거죠." 그게 2021년 9월이었다.
당시 이한별은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대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뒤 고향인 구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본격적으로 배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신림동에 월셋방을 구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집이었어요.(웃음) 해가 전혀 들지 않고, 비가 오면 비가 넘치는 곳이었죠.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나니까 수중에 딱 200만원 정도가 남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데뷔를 준비했다. 다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단편영화 또는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위해 만드는 소규모 영화에서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업계에 붙어 있으려고 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까 불안해지더라고요. '마스크걸' 오디션을 봤던 그 해에 특히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금전적인 부분이라든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그때 딱 '마스크걸' 오디션 기회가 온 거예요."
오디션은 4개월 간 이어졌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때라 우선 연기 영상을 수 차례 보냈다. 그 이후에도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면 그때마다 보내줬다. 이후엔 대면 오디션도 몇 차례 이어졌다. 그 사이에도 연기 영상을 보냈다. 최종 확정이 되기 전 단계에선 제작사 지원으로 퍼스널 트레이닝(PT)과 안무 연습도 했다. 안무 연습 영상도 보내서 확인 받았다. 그렇게 합격 통보를 받았다. 절차가 길고 개인 트레이닝도 해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는 하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이 오디션에 모든 걸 건 셈이 됐다. "모아뒀던 전 재산을 쏟아부은 거죠.(웃음) 합격이 되겠다, 안 되겠다보다는 해내고 싶었어요. 내가 이걸 해내야 제게도 어떤 선택권이 생길 거라고 봤습니다. 안 할 이유도 없었어요. '내가 언제는 이렇게 안 살았나'라고 생각했죠. 큰 기회이니까 안 되더라도 뭔가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도 봤습니다."
김모미 역은 이한별과 함께 고현정·나나가 3등분해 연기했다. 경력만 30년이 넘는 고현정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이고, 나나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연기 경력을 충실히 쌓아 와 더 이상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는 배우가 됐다. 그야말로 초짜인 이한별에겐 이들과 같은 역할을 함께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일 수 있다. 그는 물론 부담스럽고 두려웠다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나나와 고현정이 차례로 이어받을 김모미B와 C의 이야기가 개연성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연기하는 김모미A가 서사를 잘 쌓아줘야 했다는 얘기였다.
"두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는 같은 역할을 연기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리딩하면서 두 분을 만났는데, 정말 잘해주셨습니다. 긴장도 됐지만, 안심도 됐달까요. 김모미 본체로서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 거죠." 고현정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한별의 태도를 칭찬했다. 사실상 연기를 해 본 적도 없는 신인 배우인데 차분하고 여유가 있다고 했다. 고현정은 이한별이 앞으로 더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한별은 고현정이 말한 여유에 대해 "연기를 준비할 땐 고민과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현장에 들어가니까 많은 게 정리되고 풀리더라"고 말했다. "현장엔 함께 일하는 분들이 같은 온도로 곁에 있잖아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는 게 마냥 신나더라고요. 여유를 갖기 위해서 따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한별은 오히려 촬영을 모두 끝낸 뒤에 자신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끝내고 나자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형편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하려면 이 마음을 잘 정리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해요. 이런 것들을 하고 나면 제 머리를 맴돌던 생각들이 날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한별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자신도 무척이나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또 일이 들어오겠죠?"라고 반문했다. 200에 40짜리 집에 살다가 고현정과 함께 한 작품에서 연기하고 제작발표회나 언론 인터뷰 같은 자리에 서게 된 기분이 궁금했다. 김모미만큼은 아니더라도 배우로서 이한별의 출발도 꽤나 드라마틱하니까. 그러자 이한별은 "아직은 빛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아직 달라진 게 없다"고도 했다. "'마스크걸'에 대한 반응은 주변에서 알려주는 걸로 듣고 있어요. 제가 직접 찾아보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공개 첫 날엔 조금 보긴 했는데, 안 좋은 댓글 같은 걸 보면 자꾸 생각이 나서요.(웃음) 글쎄요, 지금은 왠지 모르게 조금 가라앉아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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