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도에 답했다"…경기침체 우려에 환호한 증시[월스트리트in]

김상윤 2023. 8. 30. 06: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월 민간기업 구인건수 880만건…2년4개월만 최저
휘발유값 급등에 8월 소비자신뢰지수도 뚝…106.1
10년물 국채금리 4.12로 뚝…테슬라 7% 이상 급등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길 열려…비트코인 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통상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커지면 주가는 하락한다. 경기를 선반영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경기가 악화될수록 주가에는 일단 더욱 좋다. 특히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시장에는 호재다. 장기간 투자를 해야 하는 기술주입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채권금리가 떨어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기에 위험자산에 투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뜨겁던 고용이 둔화되고,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에 뉴욕시장이 오히려 뜨겁게 달궈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하고 있다 .(사진=AFP)
노동시장 과열 꺾이고…경기침체 우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5% 오른 3만4852.67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45% 상승한 4497.63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1.74% 오른 1만3943.76을 기록한 채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경기악화 우려는 아이러니하게 주식시장에 호재였다. 콘퍼런스보드(CB)는 29일(현지시간) 8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117→114.0로 수정)보다 크게 하락한 106.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 예상치인 16.0도 크게 밑돈 것이다. 소비자신뢰지수가 떨어진 것은 최근 몇주간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학자금 대출 상환이 10월에 재개되는 점 등으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콘퍼런스보드의 다나 피터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 등 상품 가격 상승에 다시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뢰도 하락은 모든 연령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났고, 가계 소득 10만달러 이상인 소비자와 5만달러 미만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시장 과열이 다소 꺾였다는 지표도 나왔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올해 7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80만건으로 나타났다. 2021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958만건→916만건으로 수정)보다 36만건이 감소했고 월가 예상치(946만건)보다 낮았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널드 템플은 “오늘 고용보고서는 연준의 기도에 대한 답변”이라며 “경기 냉각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연준이 앞으로 데이터 의존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약속을 했고, 오늘 나온 데이터를 고려할 때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투자자들은 이번주 금요일에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마무리하는데 근거를 더욱 확실히 줄 고용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전날 78.0%에서 86.5%로 올라갔다. 11월 금리동결 가능성도 37.8%에서 52.5%로, 12월의 경우에도 39.0%에서 51.7%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4.12%로 전거래일 대비 9.2bp(1bp=0.01%포인트)나 급락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무려 11.6bp나 떨어진 4.894%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6.3bp 내린 4.226%에 장을 마감했다.

장기물 국채금리가 급락하자 기술주 랠리가 다시 시작됐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주가가 각각 4%, 7% 이상 오르면서 기술주의 상승을 이끌었다. 다음달 12일 아이폰15와 차세대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기로 발표한 애플도 이날 2% 이상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길 열려…비트코인 6%↑

이날 암호화폐 시장에도 호재가 떨어졌다. 미국 연방법원이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ETF 상장 신청을 기각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오랜 논쟁이었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이 승인될 길이 열렸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비트코인 간접투자상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자산운용사 그레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불허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줬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이미 SEC가 승인한데다 현물 비트코인 ETF와 차이점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며 재검토 명령을 내렸다. 그는 “그레이스케일의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짓”이라고 지적했다.

SEC는 그레이스케일이 낸 비트코인 ETF 신청 서류를 재검토해야하는데 새롭게 발견된 문제가 없다면 허가를 해야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ETF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판결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6% 이상 급등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다 현물ETF로 통해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 글로벌 주가는 무려 14.91% 급등했고,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TBTC) 역시 18%나 올랐다.

다시 달러 약세…국제유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유로·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56% 내린 103.47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4거래일 연속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6달러(1.32%) 오른 배럴당 81.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8% 상승,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0.67% 올랐다. 영국 FTSE100지수도 1.72% 상승마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