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엄마 이야기하고 싶었죠"…최수영, '남남'으로 넓힌 연기 스펙트럼(종합)

정빛 2023. 8. 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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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엄마, 이 두 글자가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뭔가 모르게 벅찬 자신감이 차오르기도 하고, 지쳤던 마음이나 상처에 치유가 되기도 하다. 사실 옹알이를 거쳐 처음 트인 말도 엄마고, 무언가에 깜짝 놀랐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먼저 찾는다. 그런 만큼 엄마를 다루는 콘텐츠는 대중의 공감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치트키나 다름없다.

그런데 보편적이지 않은 엄마의 등장도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은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남남' 같은 대환장 한 집 살이와 그녀들의 썸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기존에 많이 볼 수 있었던 가슴 절절한 모녀 이야기가 아닌, '남' 같은 모녀 이야기로 공감을 산 것이다.

여기에서 최수영은 사건보다 엄마 김은미(전혜진) 단속이 시급한 딸로 완벽 변신, 현실 모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들었다. 사실 최수영은 이런 '엄마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모습과 닮은 점을 짚었다.

"콕 집어 '엄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표님이 재밌는 거 보냈다고 하시더라. 진짜 너무 재밌더라. 근데 엄마가 전혜진 선배님이라고 하셔서 '어떻게 나에게 왔지?'하고 흥분했었다. 사실 저에게도 저희 엄마가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처음에 '남남' 시놉시스에 '은미에게 진희는 가장 친한 딸이자 가족이자 친구이자 애인이자 남편이다'고 쓰여 있었는데,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늘 '내가 우리 엄마의 아들이고 달이고 남편이고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 내가 엄마부터 생각하고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더 이 작품이 운명 같았다. 제가 경험한 것을 이 작품에 녹여낼 수 있을 것 같더라."

엄마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쿨한 딸의 면모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엄마랑 역사가 길다. 정말 엄마와 남남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딸이다. 진짜 이러다 나도 어른이 안 되고, 엄마도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빨리 깨우쳤다. 6년 전에, 20대 중반쯤이었다. 내가 엄마를 놓고, 엄마도 나를 놔야 서로 성장한다는 걸 알았다. 저희 모녀는 떨어지면서 더 건강해졌고,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알았다. 예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 했는데, 이제 거기서 자유로워지니 더 건강해졌다."

사진 제공=KT스튜디오지니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극 중 진희와 닮은 점을 들려줬다. "80%는 닮아 있는 것 같다. 저는 겁이 많고 진희는 겁이 없더라. 그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원작 진희는 훨씬 시크하고 독특한 면이 있다. 개성도 넘치고. 진희가 공무원이 되면서, 사회성이 많은 아이가 돼야 했고, 저한테는 오면서 변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공감을 일으키는 모녀 이야기와 최수영과 전혜진의 탄탄한 연기력이 만나 '남남'은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ENA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바다. 최수영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준 것 같다. 가족드라마 이야기도 하고, 이 둘의 캐릭터도 심상치 않다. 은미도 엄마 같지 않고, 진희도 직장 내에서 캐릭터 보면 세다. 주체적이고 굴하지 않고 맞서는 마이웨이식 역할이다. 그런 캐릭터 매력도 있었고, 캐릭터들의 관계성에서 오는 짜릿함도 있었던 것 같다"고 작품의 인기 배경을 짚었다.

자신 또한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고. "찍으면서도 그걸 느꼈다"는 최수영은 "이런 캐릭터가 이렇게 만날 때 재밌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민우 감독님이 그림을 그려주셔서 잘 풀어주셔서 시청자들이 알아봐 주실 것 같았다. 다만 시청률이 잘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그래도 이 드라마를 아는 사람들은 좋아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주변에서도 너무 잘 봤다고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사진 제공=KT스튜디오지니

특히 '남남'이 자신의 연기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남'을 시작하기 전에는 저라는 배우의 매력은 뭘까, 저는 뭘까, 저를 쓰고 싶다면 왜일까 등 매력이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런온'에서는 제가 부잣집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는 물음표를 깨고 싶어서 도전했었는데, '런온' 끝나니 일상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다. '남남' 같은 작품을 기다린 것이다. 늘 선택 받는 입장이니,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줘야 저라는 배우를 다양한 선택지에 놓일까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저에게 연기가 자연스럽다고 하는데, 전 사실 강박이 있었다. 대사가 아닌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순위였는데, 그럼 자연스러움 다음은 뭐가 있지라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 점에서 '남남'이 저에게 자신감을 채워주는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명실상부 톱걸그룹 소녀시대로 K팝신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배우 최수영으로는 어느 지점이라고 보고 있을까. 해당 질문에 부끄러워하며 "앞이 안 보인다"는 최수영은 "끝없는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연기파 배우 선배님께 여쭤봐도 그렇게 답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항상 연기는 하고 나면 생각나고 후회하고 반성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다."

다음 목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특히 '엄마 이야기'를 콕 집어 하고 싶었던 만큼, 최수영이 또 채워나갈 필모그래피에 기대가 모인다. "사실 다음 목표를 세워본 적 없다. 아직 안 해본 것이 많아서 다양하게 많이 해보고 싶다. 독립영화도, 액션도, 로맨스도, 멜로도, 의학드라마도, 법정드라마도, 스릴러도 다 해보고 싶다. 다만 저는 대본을 선택할 때 여성 캐릭터로 뭘 얘기하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결함을 가지고 어떤 성장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적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만의 확실한 게 있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사진 제공=KT 스튜디오지니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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