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계 시조새에서 신인작가 된 ‘무빙’ 강풀 작가 “‘원작보다 낫다’는 반응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SS인터뷰]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원작보다 낫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28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강풀 작가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순정만화’, ‘26년’, ‘조명가게’ 등 숱한 히트작으로 누리꾼들을 사로잡았던 ‘웹툰계의 시조새’ 강풀 작가가 드라마 신인 작가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 9일 글로벌 OTT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20부작 드라마 ‘무빙’의 대본을 직접 집필했다. 이 드라마는 2015년 공개된 작가의 동명웹툰이 원작이다.
‘무빙’은 비행, 전기발생, 괴력, 치유, 오감 등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며 서로를 지켜주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지난 24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디즈니+ 시리즈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초 16회로 예정됐던 이 드라마는 강풀작가의 강한 의지 때문에 20회 드라마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직접 대본을 집필했다.
“영화 ‘26년’이나 ‘이웃사람’처럼 제 작품을 영화화 할 때 항상 벽에 부딪혔어요. 처음에는 다들 좋다고 계약해서 가져가는데 두 달 뒤에 ‘이상하다’고 전화가 오곤 했죠. 이번에도 다른 분이 대본을 집필하려고 했지만 트리트먼트 과정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게 됐죠. ‘무빙’에 제 애정이 남달랐어요.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짧게 제작하면 안된다, 대신 20회를 허락하면 직접 쓰겠다 역제안을 드렸죠.”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첫 대본을 쓰기까지 2~3달이 걸렸다. 웹툰은 자신만 알아보면 됐지만 제작진과 배우가 모두 알아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는 게 낯설었다.
이같은 강풀의 노력이 담긴 시나리오는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등 쟁쟁한 배우들을 통해 화면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됐다.
강풀 작가는 캐스팅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의문의 택배기사 프랭크 역을 연기한 류승범의 경우 작가가 태어나서 성장한 ‘강동구’ 출신 류승완 감독의 친동생이다. 강풀작가와 류승완 감독은 막역한 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래 직접 연락하는 게 아니라 소속사에 연락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저는 모든 게 처음이라 친한 류승완 감독에게 ‘류승범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부탁했죠.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류승범 씨에게 휴대전화 메신저로 대본을 보냈는데 다행히 1주일만에 전화가 ‘형 할게요’라고 화답했습니다.”
차태현이 연기한 전계도는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강풀 작가는 “차태현과 류승범은 부모와 자식 세대의 중간을 표현하는 인물”이라며 “누구든 번개맨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이상할 것 같은데, 차태현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조인성과 류승룡은 비주얼과 따뜻한 이미지가 캐스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풀작가는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비주얼과 개연성이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두식(조인성 분)은 비주얼을 고려했어요. 제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조인성 배우를 만화로 그리진 못했을 겁니다. (웃음) 류승룡 배우는 액션을 소화하는 야성적인 매력과 따스하고 다정한 아빠 두 면모를 모두 선보여야 했기에 떠올랐던 배우에요.”
가장 고마운 배우는 한효주다. 강풀 작가는 “한효주 씨는 첫 미팅 때 출연을 고사하려고 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한효주 씨가 ‘제가 고3 엄마랑 어울릴까요’라고 물었었는데 너무 잡고 싶어서 당연히 어울린다고, 충분히 그 나이로 어울린다고 대답했었어요. 극 중 이미현(한효주 분)은 어떤 난리에도 침착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한효주 씨 이미지가 딱이었거든요. ‘무빙’ 공개된 걸 보고 제가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공개 전 편집본을 보자마자 바로 전화해서 고맙다고 연락하기도 했어요.”
강풀 작가는 남은 회차에 대한 스포일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원작에 없던 이야기가 나온다고 귀띔해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15회~20회(최종회)까지 5회차는 같은 공간에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원작에 없던 이야기도 있어요. 시청자들이 전 회차가 공개된 뒤 2~3개월 뒤에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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