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라우브, 내한 첫 단독 공연…"사랑이 내 대답이죠"
신곡 '러브 유 라이크 댓'으로 시작, '파리스 인 더 레인' 등 히트곡 열창
직접 무대에 내려와 팬들과 가까이 호흡
'엘리멘탈' OST '스틸 더 쇼' 무대에선 관객의 프러포즈 이벤트도
사랑에 흠뻑 빠진 사람의 행복함이 느껴지는 신곡 '러브 유 라이크 댓'(Love U Like That)이 라우브의 첫 내한 단독 콘서트의 첫 곡이었다. 전광판 "난 당신을 위해 이곳에 있으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돌보자" "사랑이 내 대답"이라는 문구처럼, 라우브(Lauv)는 곧잘 '사랑'을 노래했다.
29일 저녁 8시 34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에서 라우브의 '더 비트윈 앨범스 투어'(the between albums tour) 서울 공연이 열렸다.
두 번째 곡은 라우브의 대표곡인 '파리스 인 더 레인'(Paris in the rain)이었다. 국내에서도 상당히 널리 알려진 노래인 만큼, 떼창의 크기가 달랐다. 기타를 들고나와 '패러노이드'(Paranoid)를 부를 때는 마치 튠을 넣은 것 같은 독특한 질감의 소리를 내서 귓가를 사로잡았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한 라우브는 관객들을 향해 오늘 밤 기분이 어떤지 물은 후, "여러분이 얼마나 크게 소리 지를 수 있는지 보고 싶다"라고 해 단숨에 크나큰 함성을 끌어냈다. "헬로 헬로 헬로 헬로 서울 서울 서울 서울"이라고 반가움을 전한 후 팬들이 보내준 열광적인 반응에 "지금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화답했다.
트로이 시반과 함께한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는 1/3도 안 될 만큼 짧게 불렀고, '에너미스'(Enemies) '키즈 아 본 스타스'(Kids are Born Stars) '슈퍼히어로'(Superhero)는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것처럼 메들리로 선보였다. '아임 소 타이어드'는 후반부에 다시 한번 불러 너무 스치듯 지나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라우브가 부르는 '사랑'의 모습은 다채로웠다. '올 포 낫싱'(All 4 Nothing)과 '필링스'(Feelings)처럼 설렘과 달콤함이 묻어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조금은 가라앉은 모양의 사랑도 있었다. 곡은 끝났는데 여전히 춤추는 사람에 스스로를 비유하며 연인에게 안녕이라고 고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 '체이싱 파이어'(Chasing Fire), 기대하고 실망하게 하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원망을 전하는 '민 잇'(Mean It)을 예로 들 수 있다.
직접 건반을 연주하며 부른 '드러그스 & 디 인터넷'(Drugs & The Internet)은 자전적인 이야기여서 라우브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썼다는 이 곡은 끝까지 노력해 본 적 없는 본인을 자책하며 '조금 더 나은 나'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는, 아직도 히트를 못 치고 상도 못 탔다며 약과 인터넷을 친구 삼았다는 내용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단골처럼 들어가 있고,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표곡도 꽤 가지고 있는 가수였기에 이날 세트리스트의 2/3 이상은 최소한 한 번이라도 들어본 곡이었다. 모르는 노래여도 감상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오는 장점이 있었다.
그동안 라우브의 강점은 음색이라고 생각했었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감성부터 애처롭고 그늘진 정서까지 두루 표현해 내는, 무슨 곡과 가사가 오더라도 착 붙는 음색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여겼다.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정작 라우브의 라이브 실력에 감탄했다.
적재적소에 멋진 소리를 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말하는 시간이 짧아서 거의 노래로만 채운 와중에, 여러 곡을 연달아 부르거나 '서머 나이츠'(Summer Nights) 등 일부 무대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점프를 하는 등 격렬하게 움직여도 라이브는 거의 흔들림이 없었다. 고음 가성과 진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도, 인위적인 느낌 없이 청자가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노래를 소화했다.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서 처음 공연한 라우브는 그로부터 4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다. 오랜 시간 라우브를 기다려 온 관객들은, 그의 모든 노래를 통째로 외우고 있다는 듯 우렁찬 떼창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라우브가 마이크를 넘기는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아이 러브 유!"라고 직접적으로 사랑 고백을 하는 외침도 심심찮게 들렸다. "아이 러브 유!"라는 관객의 함성에, 라우브는 "아이 러브 유 모어!"라고 받았다.
'어메이징'(amazing)과 '러브'(love)라는 말을 여러 번 쓴 라우브는 한국 팬들을 향해 "무척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친절하며 창의적이다. 정말로 너무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민 잇' 무대 때는 무대 아래로 내려와 팬을 안아주며 노래해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들었다. '서머 나이츠'를 부를 때는 스탠딩석을 가로질러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손키스를 하고, 떼창을 유도하고, "여러분의 아름다운 휴대전화 불빛을 다시 볼 수 있을까?"라며 객석의 어둠을 밝게 빛나게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700만 관객을 넘겨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OST '스틸 더 쇼'(Steal The Show) 무대에서는 깜짝 프러포즈 이벤트가 펼쳐졌다. 한 커플이 무대에 올라왔고, 남성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연인인 여성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 눈물 흘리는 여성을 안아주고, 두 사람이 입 맞추는 순간에 라우브는 건반을 연주하며 '스틸 더 쇼'를 불렀다. 커플이 노래를 끝까지 듣고 라우브와 가벼운 포옹을 하고 내려가자, 라우브는 얼굴을 감싸쥐어서 관객들은 장난스레 "울지마!"를 연호했다.
"여러분들은 정말 놀랍다. 얼마만큼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나"라고 물은 라우브는 '후'(Who) 이후 딱 한 곡만 남았다고 말해 관객들의 애정 어린 야유를 들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라우브는 '네버 낫'(Never Not)과 '아이 라이크 미 베터'(I Like Me Better) 두 곡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1만 5천 석 전석 매진된 라우브의 단독 콘서트는 약 84분가량 진행됐다. 라우브는 이후 타이베이, 자카르타, 싱가포르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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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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