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판연’ 소속 이균용, 법관 독립·재판 공정성 우려
사법농단 재판 개입 ‘연결고리’로
‘법조계 카르텔 사조직’ 비판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균용 후보자(61)를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이 후보자가 회원으로 있는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가 주목받고 있다. 민판연에는 현직 법관, 법학 교수뿐 아니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3명 등 다수의 전관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민판연이 진짜 카르텔’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후보자가 법관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29일 경향신문이 민판연 회원 명단을 확보해 전수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민판연 회원은 총 285명이다. 민판연은 민법 대가로 꼽히는 곽윤직 전 서울대 법대 교수가 1977년 제자들을 중심으로 만든 모임이다. 엘리트 법조인들이 회원인 데다 폐쇄적인 운영 방식과 법원 내 요직 독점으로 ‘사법부 하나회’라는 말을 들었다. 올해 명단을 봐도 ‘판사 출신’ ‘김앤장’ ‘서울대’ ‘남성’ ‘법원행정처’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같은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다.
현직 법관이 139명으로 전체 회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판사가 110명, 황진구 수석재판연구관을 포함해 대법원에서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이 18명이다. 대법원의 법관 재판연구관은 총 100명 정도인데 그중 5분의 1이 민판연 회원인 셈이다. 법원행정처 등 사법행정 업무 담당 판사는 4명, 연구·교육 업무 담당 판사는 5명이다.
이 후보자는 민판연이 2010년 처음으로 회원 명단을 공개했을 때도 회원으로 등재되어 있었고, 올해 명단에도 들어 있다. 이 후보자뿐 아니라 이 후보자의 동생인 이균부 서울서부지법 판사도 회원으로 확인됐다.
변호사 회원은 50명인데, 김앤장 소속이 23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법무법인 광장·율촌(각 3명), 태평양(2명), 바른(1명) 등 다른 주요 로펌과 비교하면 김앤장의 회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권법연구회 “편향적” 비판 국민의힘, 민판연엔 ‘침묵’
이들은 모두 판사 출신이고, 대체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한 뒤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 변호사는 소개글에 민판연 회원이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판연 회원인 권영준 대법관이 지난 5년간 법률의견서 30건을 써주고 9억4600만원(필요경비 공제 전)을 받은 곳도 김앤장이었다.
민판연 회원인 김앤장 변호사 중에는 ‘양승태 대법원’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사법농단에 관여한 이들이 다수 있다. 사법농단은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를 시도하고 재판에 개입해 법관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다. A변호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 방안 문건을, B변호사는 강제동원(징용) 사건 관련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학전문대학원·법대 교수 회원은 89명이다. 이 중 27명이 서울대 법전원 교수로 서울대 중심이 뚜렷했다. 이어 성균관대 11명, 한양대 8명, 이화여대 7명, 연세대·고려대 각 6명 순이었다.
문제는 민판연을 통한 현직 법관과 전관 변호사 간 교류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불공정한 외관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민판연은 회원들끼리 심포지엄과 송년회 등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는 등 유난히 끈끈한 관계 때문에 전관예우를 조장하는 ‘법조계 카르텔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재판 개입의 연결고리가 민판연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을 대리하던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만나 법정 바깥에서 재판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민판연 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중에는 민판연 회원이 없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판연 회원인 권영준 대법관이 임명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대법원장으로 지명되자 ‘민판연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온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회원인 민판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재판에 도움을 받기 위해 특정 쟁점을 함께 논의하는 전문 분야 연구회로 대법원에 정식 등록돼 있는 모임이다. 현직 판사들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혜리·강연주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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