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됐는데 ‘700억 사옥’ 있는 이 기업… 경영권 노린 진흙탕 주총 예고

오귀환 기자 2023. 8.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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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파스, 코람코자산운용에 사옥 매각 추진
소액주주 “현 경영진, 부동산 노리고 경영권 탈취”
멜파스 “채무 탕감 위한 적법한 매각”
31일 주총서 정관변경 및 해임 두고 표대결 벌어져

상장폐지됐지만,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터치스크린 패널 등 부품업체 멜파스다. 멜파스는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이 변경될 경우 일부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회사 재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멜파스는 시가 700억원 상당의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멜파스 CI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멜파스는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주총은 정관 변경과 이사 및 감사 선임 관련 의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이 변경되면 이사회 의결에 따라 자사주 소각이 가능해진다. 기업이 주식을 소각한다는 건 회계장부에서 해당 주식 분을 아예 없애는 것을 말한다. 발행주식이 줄고, 자본금도 감소한다. 자본금이 줄어드는 자사주 소각을 감자소각이라 부른다.

상장폐지된 주식이 감자 후 유상증자를 거치면, 최대주주 지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휴지 조각이 된 상폐 기업의 유상증자에 소액주주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감자 후 유증을 통해 회사 지분을 70%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특별결의요건이 충족돼 소액주주 영향력은 미미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이엔스컴퍼니와 특수 관계인 지분은 33.65%다.

이런 와중에 멜파스는 회사 주요 자산 중 하나인 사옥을 매각하려 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최근 멜파스 사옥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었다. 사옥은 장부가 기준 326억원 수준이지만, 인수가액은 700억원대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건물은 현재 가압류 상태다. 소액 주주들이 수원지방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멜파스 경영권을 두고 현 경영진과 소액주주연대, 멜파스 공동대표이사를 지내다 해임된 강정훈 사내이사 등이 격돌할 전망이다. 강 이사는 의결권 대리행사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현 경영진이 부동산 매각 절차 등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며 “상장폐지의 주범인 현 경영진을 쫓아내는 운동을 함께 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멜파스 관계자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매각은 공개 입찰을 통해 적법하게 진행됐고, 1년에 수십억의 적자를 유발하는 채무를 먼저 탕감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사주 소각 후 유증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입장에서 하는 것”이라며 “배당을 하기엔 결손금이 너무 많아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해야 배당 명분이 생긴다. 그런 그림(감자 후 유증)은 그려보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멜파스는 터치스크린 패널과 터치 컨트롤러 IC, FPCB 등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2009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지난 7월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지난 3월 당시 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기준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상 상장폐지는 악재로 여겨지지만, 현 경영진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설명이다. 상장폐지되면 회사 자산에 대한 재산권 행사가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멜파스는 지난 2021년 반대매매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회사 주인이 사라졌다. 이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다툼이 벌어졌다. 여러 세력이 각자 임시주총을 열고 안건을 의결하는가 하면, 서로 상대측 주총이 무효라며 소를 제기했다.

지난해 말 멜파스가 경영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엔스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멜파스는 지난 1월엔 미디어 회사인 거인미디어를 115억원을 주고 매입해 합병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기존 사업과는 무관한 미디어 업종이고, 사업에 불법성이 있어 계속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했다. 결국 멜파스는 상장폐지됐는데,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 과정에서 회사가 상장유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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