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선구안?...크래프톤은 경쟁사 소송게임을 왜 픽했나[사이다IT]
다크 앤 다커 흥행, 게임성 호평에 법적 리스크에도 IP 선점 나서
업계에서는 "상도의 어긋나" 지적도…법조계선 "저작권 침해 인정 어려워" 전망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크래프톤이 국내 게임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PC 게임 ‘다크 앤 다커’ 지식재산권(IP) 기반 모바일 게임 라이선스를 독점으로 확보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다크 앤 다커는 넥슨의 미출시 게임 ‘P3’를 무단 유출해 개발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은 이번 계약으로 다크 앤 다커 IP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를 독점으로 확보했습니다. 크래프톤 산하의 독립 스튜디오인 블루홀스튜디오가 신규 모바일 게임을 자체 개발 중인데, 여기에 다크 앤 다커 IP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회사는 “디크앤다커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척한 ‘원작(Original)’ IP로서, 독특한 재미를 바탕으로 글로벌 팬들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 낸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라이선스 계약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문제는 다크 앤 다커가 현재 국내 게임 1위 기업인 넥슨과 분쟁 중인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넥슨은 앞서 2021년 아이언메이스 관계자이자 전 넥슨 직원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법원이 이를 기각했습니다.
수원지법은 넥슨이 제기한 다크 앤 다커에 대해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심문을 종결하고,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게임 플랫폼 스팀은 넥슨 요청에 따라 지난 3월 다크 앤 다커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넥슨이 미국에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을 기각한 상태입니다.
아이언메이스의 입장도 명확합니다. 다크 앤 다커를 기획 단계부터 직접 개발했고 어떠한 부적절한 영업 비밀도 사용한 바 없다고 반박합니다. 아이언메이스는 이달에는 다크 앤 다커를 신생 플랫폼 ‘체프게임즈’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대형 게임사인 크래프톤은 아직 분쟁의 정점에 있는 게임 개발사와 덜컥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보도자료로 대대적 발표까지 했을까요? 의외적인 상황이죠.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쏟아집니다. 한 관계자는 “아직 법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무리수”라며 “게임 생태계를 헤치는 일”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래프톤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크 앤 다커를 품었을까요. '게임성'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다크 앤 다커는 이용자간대결(PvP)와 이용자대환경(PvE)을 모두 접목된 배틀로얄 PC 게임입니다.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최대 3인이 팀을 이뤄 던전을 탐험하며 장비를 파밍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과정을 다룹니다.
다크 앤 다커는 올해 초 얼리 엑세스도 개시하지 않은 테스트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 새로운 인디게임 성공신화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죠.
이미 게임성이 인증된 IP라는 점에서 다크 앤 다커가 게임 퍼블리셔(유통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 넥슨과의 분쟁 소식이 알려지기 이전인 작년 하반기에 하이브 게임 자회사 하이브IM이 아이언메이스와 협업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밖에도 중국 텐센트와 국내외 유수 게임사들이 퍼블리싱 계약을 위해 접촉하며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틀그라운드 IP에 너무 치우쳐 있는 크래프톤 입장에선 이번 계약이 '궁여지책'일 수도 있었겠지요.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크래프톤이 법적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후속작 계약도 함께 체결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법적 분쟁이 없는 국가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글로벌’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를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후배 기업들에게도 바람직하다”라며 다소 아쉬워했습니다.
물론 크래프톤도 과거 영업비밀 유출 의혹으로 소송을 치른 적이 있어 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입니다. 크래프톤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는 엔씨소프트 리니지3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엔씨소프트는 블루홀스튜디오를 대상으로 테라가 리니지3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영업기밀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면서도 "손해 배상의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렇다면 크래프톤이 향후 다크 앤 다커 IP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차질은 없을까요? 우선 법조계에서는 넥슨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은 법원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넥슨 승소 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휘말리고 서비스가 금지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앞서 엔씨소프트도 자사 게임 리니지M을 웹젠 게임 'R2M'이 표절했다며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 1심에서 승소, 서비스 중단 명령이 내려졌으나 저작권 침해 혐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최근 리니지M 사건의 판결이나 넥슨의 'P3'가 프로젝트 단계에서 끝나 게임으로서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다크앤다커'가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라이선스 계약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다크앤다커' 제작 과정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크래프톤은 가처분 사건 결과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철우 변호사는 "만약 이 사건에서 넥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P3의 애셋을 무단 사용한 부분은 위법한 것이 되므로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라는 게임 이름이나 콘셉트, 일부 캐릭터만 가져오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넥슨이 이번 크래프톤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대해 조만간 공식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크래프톤은 법적 리스크와 선을 그으려는 모습입니다.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은 "원작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다양한 평가와 함께 향후에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3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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