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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떠넘기는 정부…기업은 ‘눈치게임 중’

구교형·김상범·박순봉·노도현 기자

정부, 민간에 ‘소비 촉진’ 주문하자
기업들, 급식·명절 선물 제공 결정
대형마트는 안전성 검사 비용 부담

잼버리 이어 정부 실책 또 ‘뒷수습’
오염수 관련 여론도 안 좋아 ‘근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요 당 지도부가 29일 오후 연찬회를 마친 뒤 인천 중구의 한 수산물 전문식당에서 오찬 식사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요 당 지도부가 29일 오후 연찬회를 마친 뒤 인천 중구의 한 수산물 전문식당에서 오찬 식사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또 한 차례 시험대에 섰다. 이 사안에 대한 여야 입장이 극명히 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는 적극 대처하지 못한 채 수산물 소비만 독려하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앞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때처럼 정부 실책을 기업이 뒷수습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29일 “수산물 안전 문제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생각이 달라 섣불리 한쪽 편을 들었다가 다른 쪽 지적을 받을 수 있고, 국민 여론 역시 심상치 않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기업들은 눈치게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주요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수산물 소비 촉진에 나서주기를 주문하는 분위기다.

30일에는 주요 대기업에 급식을 납품하는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등이 정부·여당과 함께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벌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단체급식과 명절선물로 수산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추석 때 수산물을 대거 선물 리스트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기업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에 산지 적체가 우려되는 수산물을 단체급식에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기업의 추석 선물 등을 우리 수산물로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경제단체들은 일찌감치 정부 편에 바짝 다가서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수산물 소비 및 어촌·바다 휴가 활성화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시작된 릴레이 캠페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운영하는 ‘중소기업복지플랫폼’에 수산물 판매 업체들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과 만나 국내 기업과 수산업계의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개별 기업이 앞장서 눈에 띄는 행보를 벌인 사례도 있다. HD현대는 17개 계열사가 운영하는 86곳의 사내 식당에서 우럭과 전복을 메뉴로 넣겠다고 했다. 하루 식수 인원을 약 5만5000명으로 계산해 연말까지 소비량이 100t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HMM, 고려해운, 팬오션, 장금상선, SK해운, 대한해운 등 주요 해운선사 회장단도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유통업계는 수산물 소비 감소 우려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관망하고 있다. 아직 오염수를 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량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수산물 소비량 감소가 장기화되면 정부의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단체급식에 수산물 활용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걸 보면 향후 유통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별도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성 검사’ 부담 비용을 떠안은 셈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건전 재정과 지출을 최대한 아낄 것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 아래서 (잼버리처럼) 국가적인 사안이 생겼을 때 가장 간단한 방식은 민간에 문제를 떠넘기는 것”이라며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기업들로서도 ‘부글부글’하지만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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