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후보일 줄 알았는데..결국 ‘용두사미’ 유력한 채프먼의 시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최고의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결국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8월 29일(한국시간) 로스터 이동을 단행했다. 지난 3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입단해 5,6,7월 한 번씩 메이저리그를 오간 27세 내야수 어니 클레멘트를 빅리그로 콜업했다. 내야 결원이 생긴 탓. 바로 주전 3루수인 맷 채프먼이 부상을 당한 것 때문이었다. 채프먼은 이날 우측 중지 염좌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채프먼은 전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다. MLB.com에 따르면 8월 초 웨이트 트레이닝실에서 운동 기구에 오른손 중지가 끼이는 사고가 있었던 채프먼은 그 이후 계속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상태가 더 악화됐고 결국 경기 도중 교체돼 부상자 명단까지 올랐다.
10일 후 곧바로 돌아올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 시즌 종료까지 약 한 달 정도가 남아있는 가운데 채프먼은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해도 잔여 시즌의 1/3은 결장하게 되는 셈이다. 만약 부상이 생각보다 길어질 경우 막판 순위 싸움에 전혀 힘을 보태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주전 멤버의 이탈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 입장에서 뼈아픈 일. 하지만 냉정히 올시즌 채프먼의 모습을 감안하면 토론토에 '치명상'은 아니다.
올시즌 초반 채프먼은 어마어마했다. 시즌 초반 채프먼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채프먼은 3-4월 27경기에 출전해 .384/.465/.687 5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당시 전체 안타 1위였던 '4할 타자' 루이스 아라에즈보다 단 1개가 적은 38안타를 때려냈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15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OPS 1위였고 조정 득점생산력(wRC+)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200을 넘었다(215, 2위 아라에즈 186).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타격 생산성이 뛰어난 타자였다.
원래 시즌 초반 활약이 좋은 선수기는 했지만 이정도인 적은 없었다. 3-4월 채프먼의 OPS는 무려 1.152. 이는 채프먼의 월간 OPS 커리어 하이 기록이었다. 4월 채프먼은 데뷔 후 처음으로 이달의 선수 상을 수상했다.
1993년생 채프먼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25순위, OAK 지명)이자 TOP 100 유망주 출신의 선수. 오클랜드 시절인 데뷔 초반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은 타자였다. 채프먼은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8년 145경기에서 .278/.356/.508 24홈런 68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 7위에 올랐고 2019년에는 156경기에서 .249/.342/.506 36홈런 91타점을 기록해 올스타 선정과 함께 MVP 투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까지 데뷔 첫 4시즌 동안 422경기 .255/.336/.503 84홈런 224타점을 기록한 채프먼은 2021년 151경기 .210/.314/.403 27홈런 72타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데뷔 첫 4시즌 동안 타격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채프먼의 시장 가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스몰마켓' 오클랜드는 FA 자격 취득이 얼마 남지 않은 채프먼을 2022시즌에 앞서 토론토로 트레이드했다.
채프먼은 토론토 입단 첫 해인 지난시즌 155경기에서 .229/.324/.433 27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비율 지표가 근소하게 좋아졌지만 커리어 로우 시즌이던 2021시즌과 비교해 눈에 띄는 성적 향상은 아니었다. 공격력 외에도 오클랜드 시절 골드글러브를 3번이나 수상한 뛰어난 수비력을 가진 채프먼은 여전히 가치있는 선수였지만 데뷔 초반의 그 강력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성적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토론토 입장에서는 올시즌 3-4월 최고의 활약을 펼친 채프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채프먼의 질주는 거기까지였다. 채프먼은 5월 한 달 동안 .202/.273/.312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고 6월에도 월간 성적이 .200/.277/.356 3홈런 8타점에 그쳤다. 6월을 마친 시점의 채프먼의 슬래시라인은 .262/.339/.450으로 OPS는 1.000은 커녕 0.800도 무너져 0.789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7월 한 달 동안 .247/.402/.506 4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8월 부상과 함께 .197/.256/.276 1홈런 6타점으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현재 채프먼의 시즌 성적은 125경기 .248/.338/.431 15홈런 50타점. 커리어 하이 기록은 커녕 오클랜드 시절의 성적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난시즌보다 타율이 오른 대신 홈런이 줄어든, '이름값'에 비해 아쉬웠던 지난해 성적과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결국 키는 패스트볼 대처 능력이다. 채프먼은 최고의 2년이던 2018-2019시즌 패스트볼에 가장 강점이 있는 타자였다. 2019시즌에는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상대로 타율 0.254를, 2018시즌에는 타율 0.311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8시즌에는 패스트볼 계열의 공에 대한 헛스윙율이 20.4%, 2019시즌에는 21.9%였다. 두 지표 모두 해당 두 시즌이 개인 커리어 1,2위 기록이었다. 2020년 패스트볼 타율이 0.221로 떨어진 채프먼은 커리어 로우 시즌이던 2021시즌에는 0.206까지 해당 지표가 하락했다. 지난해 0.238을 기록하며 시즌 성적도 약간의 반등이 있었다.
채프먼은 올시즌 4월 패스트볼 계열 공을 상대로 타율 0.370을 기록하며 최고의 4월을 보냈다. 하지만 5월부터는 패스트볼 대처 능력이 뚝 떨어졌고 7월 잠시 패스트볼 상대 타율 0.308을 기록했지만 8월에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월간 성적 변화 추이와 유사한 흐름. 결국 올시즌 전체 패스트볼 계열 공의 상대 타율은 0.250까지 내려갔고 시즌 성적도 지난해 수준이 됐다.
커리어 하이를 넘어 MVP까지 바라볼 정도의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 질주가 전부였다. 결국 '용두사미'에 가까워진 채프먼의 2023시즌이 어떤 최종 성적표와 함께 종료될지 주목된다.(자료사진=맷 채프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1위 올라선 시애틀, 이젠 ‘2001년의 추억’ 놓아줄 수 있을까[슬로우볼]
- 신은 그에게 최고의 재능을 줬지만 그에 걸맞는 몸은 주지 않았다[슬로우볼]
- 가장 중요한 시기에..오타니도 결국 사람이었다[슬로우볼]
- 돈도 스타도 자존심도 무용지물..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좌절하는 구단들[슬로우볼]
- 독립리그 거쳐 다시 마이너리그로..쓰쓰고, ML 재도전 성공할까[슬로우볼]
- 느린공-더 느린공 뒤에 아주 느린공..커브와 함께 날아오르는 류현진[슬로우볼]
- ‘신의 한 수’ 된 여름 선택? 이적생 효과 제대로 누리는 다저스[슬로우볼]
- 승률 5할도 무너졌다..판단 착오가 불러온 양키스의 30년만 최악 시즌[슬로우볼]
- 시작은 ‘역사적’이었는데..거듭된 악재 탬파베이, 올시즌 어떻게 마칠까[슬로우볼]
- ‘장타도 도루도 OK’ 김하성 같은 호타준족, 올시즌 얼마나 있을까[슬로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