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광진·강북구 반지하주택 침수 취약… "도시침수지도 작성해야"
3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서울 지역 반지하주택 침수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더불어 적절한 정비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 '인구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주택 거주가구는 32만7000가구로 전체(2093만가구)의 1.6% 가구를 차지한다. 가구주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20만9000만가구(63.9%)로 가장 많고 점유형태는 월세가 16만9000가구(51.2%)로 집계되며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지하주택 거주가구의 96%(31만4000가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전국의 61.5%인 20만가구가 서울에 거주한다.
특히 성북구와 강북구 등 과소필지(90㎡ 미만)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반지하주택은 1990년 이전에 사용승인을 받아 노후도가 높으며, 재난대응이 어려운 폭 4m 미만의 도로 비율도 성북구는 26.9%, 강북구 18.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반지하주택은 1970년대부터 지어진 경우가 많아 건축연한 30년이 경과한 탓에 노후도가 심각하며 침수·화재 등 재난에 취약하다. 주택의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 도로나 하수관 등 기반시설의 용량에 과부하를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호우 시 침수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한다.
반지하주택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서울은 급격한 인구집중과 도시개발로 침수에 취약한 저지대가 많이 개발됐으며, 이러한 지역들은 빗물펌프장을 비롯한 배수시설대책에도 집중호우에 의한 침수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들인 경우가 많다. 표고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하천의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지역을 저지대로 정의할 때 서울 시가화면적(개발지역)의 약 42.3%는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등포·동작·서초·송파·광진·중랑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침수가 우려되거나 상습적으로 침수가 발생하는 지역, 반지하주택 밀집지역은 도시침수지도를 작성함으로써 침수에 대한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도시침수지도가 작성된 지역은 강남·관악·구로·금천·동작·서대문·서초·영등포·은평 등 9개 자치구뿐이다. 오래된 반지하주택이 작은 면적 안에 밀집되어 있고 좁은 도로폭 등으로 재난 대응에 어려움이 있어 침수 취약성이 큰 중랑·광진·강북구 지역 또한 도시침수도 작성 등을 통해 침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이지만 관련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반지하주택 침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로 서울시가 일회성이 아닌 매년 또는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향후 침수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현재 반지하주택 거주가구에 대해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조사는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이며 이는 5년 주기, 20%의 표본조사 형태를 띈다. 매년 여름철이면 반지하주택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반지하주택의 물량이나 위치, 주거실태 등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연구원은 "주택의 물리적인 정비를 통해 사용 가능한지 노후·불량이 심해 철거가 필요한지 여부를 구분하는 물리적 조사가 이뤄져 하고 현재 거주자의 계속 거주의향이나 가구 구성, 주거비 부담 등에 대한 주거실태도 파악돼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반지하주택의 리모델링이나 대수선 등의 지원방안과 철거 이후 해당 공간의 사용·관리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률상 노후 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이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도시정비사업과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 반지하주택 밀집지역 등 상습침수지역에서도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비계획 입안지역을 확대하는 내용의 관련 법령이 입법예고되며 반지하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의 침수 대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지하의 취약성을 파악해 구역지정 시 참조할 수 있도록 도시침수지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이다. 상습침수지역이나 침수위험지역 내 주택의 노후·불량한 정도와 기반시설의 열악성, 반지하주택의 밀집도 등이 반영될 수 있는 구역지정 요건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박 연구위원은 "반지하주택이 밀집돼 있고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정비의 시급성이나 안전사고 위험 등이 큰 지역은 도시정비사업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실효성 높을 것"이라며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지역별 요건에 따라 사업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데 단독·다세대주택이 모인 지역에선 20인 내외의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으므로 절차 간소화가 가능하며, 도시정비사업보다 건축규제나 공공기여를 완화함으로써 노후 불량건축물을 신속하게 정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는 주거취약계층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저렴한 임대료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탓에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은 많지 않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반지하주택의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반지하주택을 철거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기존 거주자가 주거비 부담으로 또 다른 취약한 주택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침수 위험이 크지 않고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지역에서는 반지하 주택이 주거취약계층의 적정주거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채광·환기 시스템이나 방범·안전장치설치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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