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 단호히 배격,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36회 국무회의를 열고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약 21분간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전 정부의 예산 활용을 비판하며 이번 정부에서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내년도 총지출은 656조9000억원으로 잡았다"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다"며 이를 통해 "총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지난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신인도를 지키고 물가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일각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비판하는 것과 관련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혁·민생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심혈을 기울여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재정을 알뜰히 지키고, 민생을 살뜰히 챙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건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 법안처리가 지연되면 21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법안이 폐기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주요 법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약자복지 실현 ▲국가의 본질 기능(국방·치안) 강화 ▲성장동력(과학기술 연구) 확보 등 3대 핵심 분야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먼저 약자복지 실현과 관련 윤 대통령은 생계급여 지급액을 내년도에 21만3000원으로 인상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정부 5년간의 인상 규모 합계인 19만6000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노인복지 부분에서 "어르신 일자리를 종전보다 14만7000개 늘어난 103만개로 확대하고, 수당은 6년 만에 7% 인상한다"고 했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은 월 96만8000원까지 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한부모 양육비 선정기준 역시 완화해 한부모 가족 3만2000명에게 양육비를 추가 지원하고, 다문화 가정 자녀 6만명에게 교육활동비를 신규 지원하고 결혼이민자를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대상 지원 강화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립준비청년 수당은 현행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고, 보호기간 종료 전후로 밀착관리를 받는 자립준비청년 2750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치안, 국방, 행정서비스 등 국가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국민의 세금을 충실히 사용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말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묻지마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고 예산 배정도 조정하겠다"며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하겠다"고 했다.
생활 안보 분야에도 예산이 대거 투입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가 홍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데 6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보 해체에만 집중하고 하천 준설과 정비에는 소홀하여 홍수 피해가 더욱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위해 하천 준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저수지의 준설을 7개에서 77개로 대폭 확대하여 강수 저장능력을 강화하고 범람 위험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군 장병들을 위한 후생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초급간부의 노후 숙소 4만2000개를 전부 개선해 '녹물 관사 제로화'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교와 부사관의 복무장려금과 관련 "2022년 각각 600만원, 500만원에서 내년에는 1200만원과 1000만원으로 2배 인상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장병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병 봉급 200만원' 달성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또 "더위와 추위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얼음정수기 1만5000개와 플리스형 스웨터를 전 장병에게 보급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신설하고 청년 창업가들의 자유로운 창업 공간 '한국형 스테이션F'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R&D 협력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사이버 보안,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4개 분야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편 국제사회 기여도 제고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과 기여도 확대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게 ODA 규모를 올해보다 2조 원 확대한 6조5000억 원 수준으로 편성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ODA 예산을 5배 이상 확대하고, 디지털 분야의 ODA를 대폭 늘리겠다"며 "인태지역, 아프리카 등 전략 지역에 대한 ODA 투자도 1조4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여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고, 국산 수산물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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