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아일랜드 쇠고기 수입, 국회 심의만 남았다
8단계 절차 중 7단계 진행
유럽의 다른 8개국도 추진
외국산 시장 ‘각축전’ 예상
한우 점유율 영향 가능성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시장을 노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쇠고기 수입허용절차도 한창 진행 중이다. 매년 쇠고기 수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산 쇠고기의 한국 진출은 한우를 비롯한 국내 축산업계에 새로운 악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프랑스·아일랜드 쇠고기는 현재 수입허용절차 8단계 중 7단계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수출국의 수입 허용 요청이 들어오면 ▲수입 허용 가능성 검토 ▲현지 조사 ▲수입위험평가 실시 등 8단계로 구성된 수입위험분석을 거쳐 수입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프랑스는 2008년, 아일랜드는 2006년 우리 정부에 자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을 요청했다. 이후 해당 국가의 방역체계와 쇠고기 안전성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정부는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마련, 2021년 4월 행정예고를 진행했다. 현재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국회 심의만을 남겨뒀다.
수입위생조건은 ‘농식품부 고시’지만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발생국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경우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유럽산 쇠고기는 2000년 BSE 발생 이후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네덜란드·덴마크 2개국만 2019년 7월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출이 허용됐다.
EU 측은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마련된 지 2년여가 지났는데도 아직 국회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EU 통상총국 부총국장, 아일랜드 농식품해양부 차관, 프랑스 농업식량주권부 장관은 올 상반기에 차례로 한국을 방문해 이같은 국회 심의 지연을 문제 삼았다.
쇠고기 수출 재개를 추진하는 유럽 국가는 프랑스·아일랜드뿐만이 아니다. 현재 독일·벨기에·스웨덴·폴란드·스페인·오스트리아·이탈리아·포르투갈 등 8개국도 쇠고기 수입허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의회조사처(EPRS)에 따르면 EU의 쇠고기 생산량은 2020년 기준 미국·브라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출 재개를 희망하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 3개국의 쇠고기 생산량은 EU 전체 쇠고기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1.2%, 17.8%, 11.1%에 이를 정도다.
이같은 EU산 쇠고기 수입 재개 움직임에 한우농가들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매년 쇠고기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량은 2018년 41만5478t, 2020년 44만3000t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47만4500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호주산이 장악한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EU산 쇠고기는 수입이 재개돼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쇠고기 수출을 허용받은 EU 국가가 늘어나면 수입 쇠고기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022년 기준 전체 수입 쇠고기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5.34%로 가장 컸고, 호주산이 33.96%로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덴마크산은 비중이 각각 0.02%, 0.22%였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호주산 쇠고기가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EU산 쇠고기가 가격이나 품질로 경쟁한다면 수입 쇠고기 시장의 점유율도 바뀔 수 있다”며 “EU산 쇠고기 수입 재개 초기에는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각축전이 벌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우 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EU산 쇠고기는 2027년이면 무관세로 수입되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한·EU FTA에 따르면 기존 40%에 달했던 쇠고기 관세율은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7년 1월1일부터는 아예 철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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