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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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손님이 왔다.
대신에 놈의 자태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다.
평소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자주 사용한다.
윙크를 하다보면 휴대전화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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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소중한 순간 ‘찰칵’
찍어 놓고 까먹어서, 귀찮아서
다시 보지 않는다면 참 아까워
잠자리 들 때 일부러 꺼내보며
세상 그리고 나와 행복한 소통
반가운 손님이 왔다. 매미가 베란다 방충망에 붙었다. 멋진 회색 옷을 입고, 더듬이를 흔들며 인사한다. 집 안으로 들어오고 싶은지 발길을 꼬물꼬물 옮긴다. 대환영이다. 초대하고 싶다. 늘 아름다운 합창으로 온 여름을 선물하던 놈이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놈의 자태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다. 이 소중한 순간을 찍는다.
평소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자주 사용한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내 별명이 ‘세상에 윙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세상에 윙크하면, 세상도 나에게 윙크한다. 윙크란 것이 무언의 호감 표시가 아닌가!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윙크하면, 세상도 나를 예쁘게 봐주는 것 같다. 세상의 아름다운 기운이 나에게 전달돼서 나도 덩달아 좋은 모습이 될 거라 믿는다.
윙크를 하다보면 휴대전화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또 세상 사람들과 아름다운 순간을 나눈다. 카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한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그래서 소중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예전처럼 뭔가를 찍기 위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일상적으로 늘 지니고 있지 않은가? 과거에는 작정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작정하고 찍고 연출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쉽게 사진사·카메라맨이 될 수 있다. 덕분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잘 담을 수 있고, 이걸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우린 휴대전화 카메라의 고마움을 잘 까먹는지도 모른다. 잘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 늘 지니고 다니는 거라 전화용으로 인터넷용으로만 인식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잘 활용해보자. 뭔가를 찍으려 하면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의 결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또 벅찬 순간이 자주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떤 순간을 찍다보면 세밀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찍기만 하면 아깝다. 찍은 다음에 자주 꺼내 봐야 한다. 이게 또 잘 안된다. 찍어놓은 걸 잘 까먹는다. 또는 귀찮아서 잘 보지 않는다.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과 감동적인 일들을 한번 찍은 것으로 끝낸다면 참 아깝다. 틈나는 대로 꺼내보면서 그 순간을 되새김한다. 볼 때마다 즐겁기 때문이다. 행복해진다.
잠자리에 들 때 일부러 꺼내 보려 한다. 오늘 하루 찍은 것을 쭈∼욱 훑어본다. 멋진 경치,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참 좋다. 감사한 마음, 행복한 마음을 간직한 채 잠들 수 있다. 특히 힘든 하루였을 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과중한 업무가 어깨를 짓누를 때, 카메라 앨범을 들추어 본다. 오늘 찍은 게 없다면 과거에 찍은 걸 찾아본다. 그러면 희한하게 힘든 마음이 누그러진다. 긍정적인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좋은 주사를 한방 맞은 것 같다. 이름하여 ‘행복 주사’.
아프면 병원 가서 주사를 맞는다. 약물 주사뿐만 아니라 포도당 주사, 비타민 주사 등 온갖 주사를 맞는다. 근데 정신 건강을 위해서 뭘 맞는가? 그렇다. 휴대전화 앨범에 담긴 아름다운 사진, 멋진 영상, 벅찬 순간이 바로 그 처방전이다. 이런 처방전은 누구나 다 있다. 사용하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 주사’를 자주 맞아보자. 휴대전화 사진과 자주 소통해보자. 그 속에서 세상과, 그리고 나와, 행복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오늘 밤에는 고색창연한 매미를 만나야겠다. 놈의 등에 올라타고 찬란한 여름 끝 한가운데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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