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울산 밤바다에서 나폴리를 만나다

관리자 2023. 8.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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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출신의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의 여름 휴가지는 산과 바다가 있는 '울산'이랍니다.

남편과 등산을 하고, 아들과 텐트에서 캠핑하며 무더위를 피하는 것도 너무나 행복하지만 울산여행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울산 바닷가에서 한국인 성악가가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나폴리 노래를 듣는 기분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 것입니다.

서울에 있어도 나폴리의 파아란 바다와 하늘이 정다운 울산의 향기와 함께 푸르게 펼쳐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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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출신의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의 여름 휴가지는 산과 바다가 있는 ‘울산’이랍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차로 한참을 달리다가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면 제2의 고향에 도착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뭐라꼬? 벌써 갔다 왔나? 발리? 난 서울서 애들 와서 못 간다. 다음주에 갈란다. 알았다!” 옆에서 시어머니가 친구분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니, 요즘 울산의 조선업이 호황이라더니…. 울산 시민들은 발리도 제집 드나들듯 왔다 갔다 하시는군…’ 생각하며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인도네시아의 ‘발리’가 아니라,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에도 ‘발리’가 있었습니다.

여덟살 난 아들은 울산에 가면 장생포고래박물관에 가자고 조릅니다. 귀여운 흰수염고래·향유고래·범고래 모형을 보며 아이의 마음은 저 넓은 동해 한가운데 떠 있습니다. 울산의 가지산·운문산 등 7개의 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는 유럽의 알프스산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합니다. 남편과 등산을 하고, 아들과 텐트에서 캠핑하며 무더위를 피하는 것도 너무나 행복하지만 울산여행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 그리고 코로 숨 쉬는 공기가 귀로 들리는 음악과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정말 황홀한 천국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대왕암 출렁다리를 지나 방어진으로 가면 바위섬 슬도(瑟島)가 있습니다. 저는 바닷길을 걸을 때면 꼭 이 노래를 듣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나폴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찬가로 전설의 성악가 파바로티가 부른 ‘네아폴리스’(Neapolis)입니다. “Vedi Napoli e poi muori”(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나폴리는 참 아름답습니다. 네아폴리스는 고대에 불린 나폴리의 이름으로 ‘새로운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아란 하늘 아래에서 더이상 바랄 것이 없네. 이 공기와 바다에서 나의 마음은 날아가네.” 슬도의 바닷길을 걸으며 파바로티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인종과 문화, 지역과 언어가 달라도 좋은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얼마 전 방송된 ‘팬텀싱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 1차전에서 포르테나라는 팀이 ‘네아폴리스’를 새롭게 편곡하여 불렀습니다. 각각 다른 색깔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4명의 테너가 꽉 찬 하모니를 선사했는데 원곡과는 다른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울산 바닷가에서 한국인 성악가가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나폴리 노래를 듣는 기분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 것입니다. 특히 이 노래의 가사는 이탈리아 표준어가 아닌 나폴리 사투리로 되어 있는데, 나폴리(Napoli)보다는 나풀레(Napule)가 뭔가 더 구수하고 정겨운 느낌을 줍니다. “생선 다 탄다. 얼른 디비라. 나머지 빨리 냉동에 얼가논나.” 울산 며느리가 되어 처음 시댁에 내려가 상을 차리는데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시어머니가 화난 것으로 오해한 적이 있습니다. 십여년을 듣다보니 오히려 리듬감 있는 강한 억양이 서울말보다 진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의 끝을 ‘네아폴리스’를 다시 꺼내 들으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어도 나폴리의 파아란 바다와 하늘이 정다운 울산의 향기와 함께 푸르게 펼쳐지니까요.

이기연 이기연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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