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출산 후 무너진 여성 건강, 앱으로 돌려줄게" 여성 헬스케어 스타트업 만든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
여성 건강 회복 위해 단계별 운동 앱 개발
"아시아 여성 겨냥해 해외진출"
"여성의 모든 권리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중국 작가 린위탕(林語堂)이 한 말이다. 하지만 여성이 엄마가 되려면 출산과 육아 과정을 거치며 건강을 맞바꿔야 하는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 2017년 신생기업(스타트업) 더패밀리랩을 창업한 하이수(43) 대표는 이를 "(여성의 몸이) 무너진다"고 표현했다.
출산 후 무너져 내리는 여성 건강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 과제인 출산율 저하가 이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 키우는 사람을 덜 힘들게 해줘야 한다"며 "프랑스가 유럽에서 출산율이 제일 높은 이유는 여성의 산후 건강 관리와 육아 지원을 잘해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이 문제에 주목해 창업을 하고 무너진 여성의 건강을 되돌리기 위한 '헤이마마' 서비스를 2020년 시작했다. 출산한 여성들의 각자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건강 돌봄 서비스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하 대표를 만나 사회 문제이기도 한 엄마들의 건강 회복을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출산 후 무너진 건강에서 비롯된 창업
하 대표는 서른여섯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 "노산이죠. 만 35세 넘어 노산을 하면 임신성 당뇨, 산후 비만, 기형아 출산율 등이 올라가요."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 취직해 휴대폰 액정화면(LCD) 사업팀에서 전략마케팅 을 담당했다. 3년 넘게 일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다. "베인앤컴퍼니에서도 정신없이 일했어요. 일이 너무 많아 주당 100시간씩 일했죠. 그 바람에 건강 검진을 했는데 30대 초반에 신체 나이가 60대로 나왔어요. 오죽하면 결혼정보회사에서 컨설팅회사의 여자 컨설턴트를 기피한다는 말이 있었죠."
결혼도 못 해보고 죽을 것 같아 매일유업의 전략담당으로 이직했다. 다행히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휴직을 했다. 그런데 출산 후 아기를 키우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출산 후 온몸이 많이 아팠어요. 아기를 안고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죠. 젖을 먹이며 고개를 꺾는 바람에 일자목이 돼 목도 돌리지 못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에 부친 육아 노동을 하며 건강이 나빠지니 자존감마저 떨어졌다. "MBA까지 했는데도 과연 다시 일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어요. 그렇게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니 우울증까지 왔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아기 낳고 100일 지나 발레 기초 과정을 시작했죠. 학원에 처음 가서 전신 거울로 옆모습을 보고 삐뚤어진 체형에 충격을 받았어요. 발레 수업을 하는데 골반에서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렇게 주 3일씩 3개월을 하고 나니 몸이 조금 회복됐어요."
하 대표는 육아 휴직 후 2017년 현대해상 계열의 컨설팅업체 헤렌코퍼레이션으로 이직했다. 거기서 그는 육아 휴직 경험을 살려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내벤처를 창업했고, 2019년 지금의 회사로 분사했다. "여성의 몸은 출산 전후로 나뉘어요. 그만큼 출산이 여성의 몸을 크게 바꿔 놓아요. 출산하면 몸을 지탱하는 중심(코어) 근육이 약해지고 골반이 뒤틀리면서 무너진 건물처럼 자세가 흐트러져요.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죠."
아줌마 체형이 생기는 이유
하 대표는 출산 이후 달라지는 아줌마 체형에 주목했다. 임신하면 배가 나와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게 돼 거북목이 발생한다. 뒷목도 두꺼워지고 갈비뼈가 벌어지면서 몸통이 굵어져 가슴, 허리, 골반이 일자가 된다. "출산 후 아기를 안으면서 거북목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줌마 체형이 되면 척추에 무리를 줘 건강을 해친다. "좋지 않은 자세는 관절, 특히 무릎을 약하게 만들어 후천적 오다리가 돼요. 그렇게 되면 여성으로서 자존감도 떨어지죠. 건강과 아름다움은 하나거든요."
더불어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난다. "출산 여성 8,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를 했더니 출산 후 근골격 통증이 없는 사람은 1, 2%밖에 안 돼요. 대부분 여기저기 아프죠."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도 문제다. "출산하면 골반기저근이 약해지면서 요실금이 생겨요. 한 번 출산한 사람의 30%, 2회 이상 출산하면 50% 이상이 요실금을 겪죠.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자꾸 요의를 느끼는 과민성 방광도 나타나요. 출산 여성의 70%가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 문제로 고민을 해요. 심각하죠."
약해진 골반기저근은 부부 사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골반기저근이 약해지면 성기능이 떨어져 부부관계가 소원해져요. 건강하지 못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죠."
이를 피하기 위해 요즘 젊은 엄마들은 제왕절개를 선택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젊은 엄마들은 성관계 문제나 요실금이 싫어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를 많이 택해요. 그런데 제왕절개도 피부와 근육 등 7겹을 째고 자궁과 양막까지 절개해야 해서 조직이 들러붙는 유착 현상이 발생하죠. 심지어 자궁과 방광이 붙기도 하는데 그러면 방광이 제대로 늘어나지 못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비뇨 현상이 생겨요. 이런 내용들을 엄마들은 잘 몰라요."
운동 연구하며 출산 후 뱃살의 지방 아닌 다른 원인도 찾아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 대표는 일반 운동이 아닌 기능 회복 운동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헤이마마'를 지난 5월 말 내놓았다. "무너진 체형은 그냥 두면 평생 지속돼요. 아줌마 체형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죠."
기능 회복 운동은 일반 운동과 달리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출산 후 뒤틀린 체형과 약해진 근육으로 일반 운동을 하면 오히려 다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따라서 단계별로 근육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운동이 필요해요."
앱에 회원 가입을 하면 임신 중인지, 출산 이후 얼마나 지났는지 등을 묻는다. "임신 중이면 임산부에 맞는 운동을 알려주고,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으면 저강도 운동부터 시작하죠."
운동은 산후 50일, 3개월, 6개월, 1년 등 총 4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로 각기 다른 10개 과정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각 운동은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50종 이상의 영상으로 제작됐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되면 쪼그라든 횡격막을 위한 숨쉬기 운동부터 시작해요. 출산 후 횡격막 기능이 떨어지면 대신 다른 근육을 사용하면서 어깨가 올라가 자세가 구부정하고 머리가 무거워져요. 또 척추에서 뻗어 나간 자율신경계가 눌리며 역류성 식도염도 발생하죠. 그래서 횡격막 회복을 위한 올바른 숨쉬기 운동이 중요해요."
운동 영상은 출산 경험 있는 운동 전문가들을 기용해 만들고,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효과를 연구했다. "제작한 운동 영상 효과를 고대 구로병원에서 임상연구를 했어요. 연구 결과 출산 여성의 뱃살이 모두 지방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냈죠. 근육이 약해지면서 내부 장기가 밀려나며 배가 나오기도 해요."
약한 근육 때문에 장기가 밀려나며 발생한 뱃살은 식사량 조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보강해 장기를 제 위치로 돌려놓아야 뱃살이 들어가요. 그렇지 않고 식사량만 줄이면 체지방이 쌓이며 뱃살이 더 늘어나죠."
"체형 비슷한 아시아 여성 겨냥해 해외 진출할 것"
헤이마마는 월 4,5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하 대표는 운동을 하게 만드는 도전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했다. "도전 프로그램은 매일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하도록 과제를 줘요. 20분 동안 천천히 먹기, 10시 이후 금식 등 각 과제를 완수해 사진을 찍어 올리면 포인트로 보상을 하죠. 포인트가 쌓이면 추첨을 통해 마사지 용품이나 식물성 두유 등 상품을 받을 수 있어요."
여기에 앞, 뒤, 옆 몸매 사진을 찍어 보내면 체형 불균형을 눈으로 확인해 주는 '눈바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3주에 6만9,000원을 받는 눈바디 프로그램은 어깨와 골반 기울기, 거북목, 무릎과 발목 휜 상태 등을 분석하고 바로잡기 위한 운동 처방과 식단 관리 등을 해주죠."
이용자는 앱 출시 2주 만에 2,200명을 넘었다. 주요 대상은 30~50대 여성들이다. "구매력 높은 세대를 겨냥했어요. 이용자 숫자를 늘리기보다 지출 액수가 큰 세대에 집중했죠. 앱 내려받기 횟수를 올해 5만 건, 내년 30만 건 올리는 것이 목표예요."
투자는 블루포인트, 하나벤처스, 더인벤션랩, 아이센스 등에서 7억 원을 유치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벤처투자사의 투자 심사역이 대부분 남성이라 사업 내용 설명에 애먹었어요. 다행히 블루포인트 담당 심사역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어서 쉽게 공감했죠."
앞으로 하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아시아 여성은 체구와 골반이 작고 아기의 머리가 커요. 그래서 동양 여성들은 출산 때 골반에 무리가 많이 가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출산율이 높은 동남아에 한국식 산후 건강관리 앱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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