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4대강 보 수질 미스터리 풀려간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2023. 8. 3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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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막으면 상류에, 보 열면 하류에 녹조
서동일 충남대 교수 “원인은 외부 유입 인(燐)… 보는 오염 분포 바꿀 뿐”
금강·영산강·낙동강 같은 패턴… 보 수질 소모적 논란 피해야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 영산강 승촌보 지점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보를 닫으면 강의 상류, 보를 열면 하류에 녹조가 집중되는 패턴이 확인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번 칼럼에서 2019년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보(洑) 해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금강·영산강 3개 보 해체’의 결론을 냈던 사안을 다뤘다. 위원회는 영산강 하류 죽산보 경우 수문 개방 후 수질이 아주 나빠졌는데도, 보 해체 후엔 좋아질 것이라는 (위원들 스스로 ‘무식하다’고 했던) 가정 아래 보 해체 결론을 도출했다. 감사원이 회의 녹취록을 입수해 조작·왜곡을 밝혀낸 건 다행이다. 하지만 의문이 하나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금강·영산강 수문을 열었다. 그랬는데 죽산보 수질은 왜 그렇게 나빠졌을까 하는 점이다.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은 수문을 열어 유속이 빨라지면 녹조가 줄어든다고 주장해 왔다. 그 주장이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죽산보는 보 개방 전인 2013~16년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 갯수가 mL당 3000개였던 것이 수문 개방 1년이 지난 2018년 6~10월 2만1000개로 악화돼 있었다. 반면 상류 쪽 승천보는 1200개에서 190개로 개선됐다. 보를 개방하자 상류 수질은 개선, 하류 수질은 악화됐다.

궁금해하던 차에 지난 7일 한국물환경학회의 녹조 학술 포럼 발제를 위해 서울에 온 충남대 서동일 교수를 만났다. 그의 발표 자료 속에 의문을 해소할 열쇠가 담겨 있었다. 금강 역시 보를 개방한 다음 상류인 세종보는 녹조(엽록소인 클로로필-a 농도)가 개선됐고, 중류의 공주보는 변화가 없었고, 하류 백제보는 상당히 악화돼 있었다. 영산강과 같은 패턴이었다.

서 교수는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Liebig’s law of minimum)’이라는 생태학 원리를 갖고 설명했다. 리비히는 1800년대 독일 생화학자다. 그에 따르면 생물 증식은 필수 영양소 가운데 ‘가장 결핍된 단일 영양소’에 의해 결정된다. 이때의 결핍 영양소를 ‘제한 인자’라고 한다. 부(富)영양화를 일으키는 식물 플랑크톤 경우 탄소, 질소, 칼슘, 마그네슘, 인 등의 필수 영양소가 있다. 질소는 강물에 워낙 많고 다른 대부분도 공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하천에서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독성 남조류엔 인(燐)이 제한 인자다. 다른 필수 성분이 아무리 많아도 인이 공급되는 만큼만 플랑크톤이 증식한다. 인 성분은 축산분뇨, 비료, 생활하수 등에서 나온다.

그런데 보를 닫아 놓으면 상류에선 물 흐름이 느려지는 만큼 인을 활용한 플랑크톤 증식이 활발해진다. 따라서 상류의 녹조 현상은 악화된다. 대신 상류에서 인을 많이 소모하느라 하류로 흘러가는 인의 양은 줄어든다. 그만큼 하류의 녹조는 줄어든다. 반대로 보를 열어 유속이 빨라지면 상류에서 인을 소모할 시간이 줄면서 녹조가 개선되고, 대신 하류로의 인 유입량이 증가해 하류 녹조가 악화된다. 예를 들어 금강 3개 보(세종·공주·백제보)를 모두 개방할 경우 상류 세종보의 여름철 남조류는 감소하지만 하류 백제보 오염은 2배까지 악화한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금강·영산강·낙동강은 최하류를 하구둑이 막고 있다. 하구둑까지 연다면 강에서 소모되지 못한 인은 바다에서 적조를 만들어낸다.

낙동강 경우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아주 이따금씩만 보를 개방했기 때문에 보 개방의 작용은 확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보 건설 전(前)과 후(後)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 주도로 2019년 7월 작성된 ‘낙동강 보 평가 체계 및 적용 방안 연구’다. 보 해체를 염두에 둔 용역 연구였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반대 ‘3총사 교수’ 중 한 명이다. 문 정부 시절 그가 내정자를 제치고 수자원공사 사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이 지지 성명·집회로 뒤를 밀었을 정도다. 박 교수 보고서를 보면 낙동강 상류 4개 보(상주·낙단·구미·칠곡보)는 보 건설 후 녹조 오염도(클로로필-a 농도)가 높아졌고 하류 4개 보(강정·달성·합천·함안보)는 낮아졌다. 역시 보가 있으면 ‘상류 악화, 하류 개선’, 보가 없으면 ‘상류 개선, 하류 악화’의 결과다.

물론 생태계는 복잡하다. 다른 많은 요인이 함께 얽혀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세 강 모두에서 의미심장한 패턴이 확인된다. 보의 유무(有無), 또는 개폐(開閉) 여부는 녹조 생성 자체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녹조가 상류에 집중될지, 하류에 집중될지의 배분에 작용한다. 강물에 결핍 영양소인 인 성분이 있기만 하면, 그것은 어디에선가 녹조를 만들어낸다. 결국 4대강 녹조를 해결하려면 농지에 살포되는 비료, 축산 퇴비와 도시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을 줄여야 한다. 외부 유입 오염을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보를 열거나 해체한다고 녹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녹조와 보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소모적 논란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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