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시기상조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2023. 8. 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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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현장의 우려가 크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이상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전폭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개별 중소기업이 산재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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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현장의 우려가 크다.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의 40.8%가 시행일까지 법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 수가 68만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왜 준비를 못했나'라는 비판이 있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대표의 구속이나 실형은 곧 기업의 폐업을 의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기술적인 조치가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전사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라는 의미다. 인적역량이 부족하고 대표가 영업부터 제품 개발 등 일인 다역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런 준비를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의 힘을 빌리려 해도 쉽지 않다. 법 시행 이후 대기업, 공기업 등에서 안전관리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중소기업까지 전문인력이 오지 않는다. 컨설팅업체에 맡겨도 비용이 수천만원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의무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컨설팅 업체, 정부, 지자체, 공단 등에서 현장 점검을 여러 차례 오지만 지적하는 내용이 제각각이고 방향성도 없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근로자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중소기업인들도 같은 마음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에게 근로자의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선 안된다. 정부도 함께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사업주가 납부한 산재보험료가 8조2000억원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1조원을 쓴 산재예방 지원사업을 활용한 경험이 없다는 중소기업은 84%다. 중소기업에 절실한 안전 전문인력에 대한 지원사업은 전무하다. 그동안 쓰이지 않고 모인 돈이 23조원을 넘는다.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는 명분으로 중소기업의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은 순위에서 밀려버렸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장 혼란을 잠재우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무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안전·보건 관계법령'은 어떤 것인지 법률전문가가 아닌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런 지원과 준비가 법 시행 전인 5개월 안에 완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준비를 포기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중소기업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사후적으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것이 실질적 산재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이상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전폭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개별 중소기업이 산재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법 적용은 많은 중소기업을 폐업 위기로 내몰 뿐 산재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주길 기대해본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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