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WAR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가을야구 시즌이 왔다. 올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로 뛰고 있는 김하성 선수의 활약이 화제의 중심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역동작 명품수비에 타격까지 불붙으며 이제는 MVP후보까지 거론된다.
그의 활약상과 함께 다가온 것은 다양한 스포츠 통계기법이다. 예전 기준으로 김하성은 평범한 선수다. 타율 0.280 안팎에 홈런·도루 20-20을 바라보는 정도라 주전과 후보를 오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선수평가의 대세가 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지표에서는 톱을 차지한다. 이 지표는 다른 선수를 기용했을 때보다 그를 기용했을 때 팀이 몇승을 더 할 수 있느냐를 본다. 2010년 이대호 선수의 WAR은 8.76이었는데, 그가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8.7승 정도를 더 안겨 줬다는 뜻이다.
WAR도 통계자마다 기준이 다른데 타격, 수비를 비롯한 모든 성적과 포지션, 구장상태, 팀웍과 시너지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알짜 활약 가중치도 있다. 10-0으로 대승한 경기에서 혼자서 3점을 낸 것보다 1-0으로 이긴 경기에서 거둔 1점이 높은 WAR을 받는다. 메이저리그 주전평균은 2정도다. 4이상은 전체의 6% 정도인데 김하성은 6.1로 메이저리그 야수 4위다.
야구계의 또 다른 화제인물은 벤 자우즈머다. 하버드대 출신 통계학자(LA 다저스, 뉴욕 메츠 분석가)인데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수상자를 점쟁이 수준으로 맞춰냈다. 데이터와 응용수학을 조합해 분석하는데 2017년과 2021년에는 20개 시상 부문 중 무려 19개를 맞췄다. 2021년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조연상 수상도 짚어냈다. 평균 누적 적중률은 77%이고 2023 오스카에서도 총 14개 부문을 적중했다.
여의도공원 감나무와 함께 가을증시에 접어든 자본시장에서 올해 가장 이목을 받는 인물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다. 이 원장은 2022년 6월 7일 취임했다. 금융시장에 문외한이라는 검사출신으로 우려가 심각할 정도였으나 1년 남짓한 기간동안 굵직굵직한 이슈를 차질없이 처리하는 등 해결사 면모를 보였다. 이미지와 달리 소통에도 적극적이었고 감독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시장의 중심을 잡았다.
에디슨모터스 문제, 불법 공매도, 횡령배임, 주가조작, 전세사기, 주택담보대출, 금융권 성과급, 라덕연 사태 등 고난도 이슈에 빼어난 수비실력을 보여 흔들릴뻔한 금융시장의 신뢰를 유지한 것은 분명한 기록이다. 크고 작은 단점이 있다지만 적시타가 이 못지 않다. 금감원의 전성기라 불리는 이헌재(1대), 윤증현(5대) 역대원장 시절과는 결이 다르지만 현재 금감원도 이 원장 덕에 위상과 권한이 몰라보게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또 한명 지켜볼 인물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다. 2020년 12월20일 한국거래소에 취임한 손병두 이사장은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인데 취임전부터 능력과 인성, 리더십, 금융시장 전문성에서 'A+' 등급을 받았고 예상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상장문턱은 낮추되, 성장하지 못하고 좀비기업이 되는 곳들을 추리는 작업을 병행했고 코스닥을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 세그먼트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영문공시 준비와 파생상품 거래시간 연장 등 정책당국과 연계한 플레이도 뛰어났다. 서류기반의 거래소 업무를 클라우드로 과감히 전환해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2255에서 시작해 2550선까지 올라왔고 코스닥지수도 671에서 910선으로 급등했다. 2차전지 쏠림현상과 초전도체 같은 테마주의 유행, 불법 리딩방 문제,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같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으나 악화된 경제상황에 비해 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증시에서 금감원과 거래소, 그리고 이 원장과 손 이사장의 WAR을 계산하면 얼마가 나올까. 평가가 이뤄지는 연말까지 수치가 더 올라가도록 응원도 함께 보낸다.
반준환 증권부장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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