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IQ보다 EQ 지수가 중요하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진심으로 배려하자고 늘 강조해 왔다. 사소한 친절에 기분이 좋아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친절과 배려는 돈이 들지 않는 무한한 자원이다. 필자도 오랫동안 의료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은사들로부터 의사에게 있어 실력은 기본이고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배워 왔다. ‘되라고 하는’ 인간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보니 참된 인간은 친절하고, 배려심 있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병원에서는 환자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아프지 않은 분도 건강관리를 위해 병원을 많이 찾기 때문에 고객(client)이라는 말을 쓴다. 드물지만, 이런 고객들이 직원들의 사소한 불친절로 인해서 마음을 상하는 경우를 볼 때면 매우 가슴 아프다. 필자도 다른 병원에서 입원 중인 친척이나 친구 병문안을 가면 병원이 클수록 위치도 헷갈리고 병원의 특유한 분위기 때문에 다소 긴장돼 방황하기도 한다. 이때 친절한 직원을 만나 길 안내라도 받게 되면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직원이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하면 그 반대로 매우 불쾌해진다.
고객 만족이란 측면에서 보면 식당과 병원은 매우 닮았다. 우선 식당은 자기만의 좋은 레시피가 있어야 하고, 병원은 의료진의 수술이나 치료성적이 탁월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청결해야 하고, 직원들의 밝은 인사, 업무의 숙련도, 경청 등 다양한 좋은 매너로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잘 맞아야 식당도, 병원도 성공할 수 있다.
불친절로 생긴 웃픈 에피소드를 소개해본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교 총장실에 허름한 차림의 노부부가 와서 총장 면담을 요청했다. 스탠퍼드라는 이 부부는, 하버드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 주니어 스탠퍼드를 이탈리아 여행 도중 장티푸스로 잃었고, 고인이 된 아들을 기리기 위해 하버드대학에 큰 건물을 기부하러 왔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하버드대 직원과 비서는 이 부부의 허름한 외모만으로 판단해 총장 면담을 거부했고, 이 부부는 하버드에 기부할 돈으로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다 아들을 기리기 위해 스탠퍼드대학교라는 명문대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직원들이 좀 더 친절하고 배려심 있게 이 부부를 대했더라면, 하버드대학교에 커다란 기여를 했을 텐데….
반대로, 친절과 배려가 빛나는 사례 하나도 소개한다. 보이스라는 미국사람이 영국 런던의 친척 집을 찾아갔다가 너무 자욱한 안개 탓에 길을 헤맸다. 친척 집을 찾아 런던거리를 방황하던 보이스 씨는 한 소년을 만났다. 이 소년은 길을 헤매는 미국인 보이스 씨에게 다가가 “저는 이 동네에 살고 있으니 길을 잘 압니다. 저를 따라오세요”라며 그를 집 앞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보이스 씨는 소년의 친절이 너무 감사해서 사례하려고 하니, 이 소년이 “저는 영국의 소년단원으로 하루에 한 가지 착한 일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그 기회를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고 말하고는 안갯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에 감동한 보이스 씨는 ‘영국에는 아이들도 이렇게 훌륭하구나’고 생각하고, 영국소년의 정신을 미국의 소년들에게도 심어주려고 미국에서 ‘보이스카우트’라는 소년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보이스 씨는 이 영국 소년을 찾기 위해 매스컴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 알아봤지만, 끝내 이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보이스 씨는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이름으로 미국의 상징인 들소상을 만들어 그 영국소년이 사는 동네에 세우고, 그 동상에 이렇게 새겼다고 한다. “미국에 소년단이라는 훌륭한 정신을 가르쳐준 이름 모를 영국소년에게 바친다!”
과거에는 인간의 능력과 성공에는 IQ, 즉 지능지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EQ, 즉 정서지능을 중요시한다. 인간의 성공적인 삶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정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NQ의 개념, 즉 ‘Network 지수’를 인간의 행복한 삶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기며, 21세기를 ‘네트워크의 시대’라고도 한다. IQ 높은 ‘똑똑한 직원’ 못지않게 EQ와 NQ 지수 높은 ‘공감 잘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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