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자영업의 그늘
늘 그렇지만 생업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 일이 특히나 매일 몸을 혹사해 가며 유지하는 일이라면 더욱이 그러하다. 그런 가운데 나이가 들어가며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고 아프기 일쑤다. 힘겹게 일을 끝내고 녹초가 되어 잠자리에 들어도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피로는 쌓여만 간다. 그리고 서너 시간을 자고 또 일터로 나간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서둘러서 해야 한다. 휴무일이 되어 겨우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 본다. 그리고 반복된다.
자영업 6년 차 현재의 내 삶이며 또 다른 자영업자, 그리고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대개는 감내해야 할 일들이다. 응원하고 싶지만 딱히 권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회사생활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아도 잘 참고 버텨보라고 늘 말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인건비 임대료, 최근에는 물가까지 너무 많이 올랐다. 덕분에 마진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답도 없다. 그러나 가격 인상이 고객들의 바람과는 상반되는 마지막 수단이라 정답일 수도 없다. 직원을 쓰게 되면 허울뿐인 사장이 그들보다 더 적은 수입을 가져가야 하는 일은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설마가 아닌 팩트가 되어버렸다.
현재의 자영업자들은 어떻게든 버티듯 장사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실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또 꿈을 갖고 호기롭게 이 바닥에 뛰어들고 있다. 물론 수완이 좋아 매출이 큰 자영업자들도 분명 꽤 있겠지만 대개는 그 적은 수입과 과한 노동으로 몸이 병들어 가다 폐업을 고민해 보곤 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작년 말까지 전국 자영업자 수가 560만 명이 넘었는데,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웃을 수 있었을까. 팬데믹 때 받은 대출금들을 상환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쯤 그 많은 자영업자들이 행복한 생업을 하는 날이 오게 될까.
좀 더 나중을 보자면 하루라도 빨리 최저시급의 업종별 차등지급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또는 나중에 장사를 하기 위해서 요리일을 배우려 하거나 그 일이 자신에게 맞는 등 목적에 더 적확한 이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지금처럼 모든 업종이 맞물려 같이 임금 상승에 끌려가는 제도로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직원고용을 맘처럼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직원을 고용할 수 있어야 고용주도 노동 강도를 줄여 몸의 혹사, 병원 출입을 줄일 수가 있다. 덜 아프고 체력도 회복할 수 있어야 제품에 더 신경 쓰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인정한 최대 정책 실패 요인 중 하나는 소득주도성장이었다. 그 가파른 최저시급 인상 시기에 최대 피해자는 500만 명이 넘는 전국의 자영업자들이었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는 영세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영역이다. 가게 앞 카페 사장님은 무릎이 아파 두 달째 문을 닫고 있다. 시장 가는 길 중국집 사장님은 허리가 아파 석 달째 휴업 중이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옛 동료는 손목이 아파 더 이상 초밥을 쥘 수가 없어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곳곳에서 직원을 제대로 둘 수 없었던 영세한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그동안 힘겹게 버텨가며 자신들의 몸을 혹사시켜온 데 대한 가혹한 청구서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행복한 자영업을 위한 출발점은 항상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언제나 여러 모로 부족한 내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들로부터 나오곤 했다. 그래서 몸은 아프고 힘들어도 그들을 맞는 그 순간은 항상 밝게 웃으려 애쓴다. “오늘 하루도…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생업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난 고객들의 배웅 인사를 늘 그렇게 하고 있다. 그들이 위로받으면 나도 위로가 되고, 그들이 행복하면 나도 조금은 더 행복해짐을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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