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울 오가며 암투병한 고3, EBS로만 서울대 갔다
올해 서울대 역사학부에 입학한 이현우(19)씨는 고3이던 작년 1월 이하선암 4기 진단을 받았다. 2021년 동생이 백혈병에 걸린 뒤 ‘혹시나’ 해서 받은 검사에서 암이 발견된 것이다. 병원 측은 “수술해도 안면 근육을 쓰지 못할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했다. 이씨는 “카메라를 들고 기쁜 표정, 슬픈 표정, 놀란 표정 등을 남겨두기도 했다”며 “앞으로 어떤 얼굴을 갖게 될지 모르니까”라고 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방사선 치료 후유증이 컸다. 시도 때도 없이 코피가 났고, 피부가 약해져 밥을 삼킬 때도 고통이 뒤따랐다. 제주제일고를 다니던 이씨는 휴학 대신 EBS 교재로 수능과 내신을 준비하며 서울대병원과 제주도를 오갔다. 고1 때부터 EBS 강의를 봤다는 그는 “EBS 교재가 참고서 중 기본 개념을 가장 충실히 다루고 있다”며 “특히 영어 과목은 EBS 선생님들이 만들어주는 모의 문제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루 13시간씩 공부했다. 문과 전교 1등으로 졸업했다. 이씨는 “수술을 하고 병원에 오래 누워 있으니까 힘든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라”며 “서러운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기록하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28일 경기도 일산 EBS 본사에서 열린 ‘EBS 꿈 장학생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EBS와 교육부는 2011년부터 장학생을 뽑고 있으며 올해는 10명에게 3300만원을 지원했다. 장학생들은 ‘EBS 멘토’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전국 학생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불안해할 때 담임선생님은 매일 이씨 고민을 들어주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함께 운동장을 걸으며 마음을 다잡도록 응원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어린이집 교사인 어머니는 작년 휴직계를 내고 이씨와 백혈병에 걸린 동생을 돌봤다. 이씨는 “씩씩하게 치료받는 동생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방사선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건강도 좋아졌다. 스쿠버다이빙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고 2학기엔 학교 응원단에도 지원해 볼 생각이다. 외국으로 교환 학생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내 (어려운) 상황을 인정했을 때 마음이 편해지고,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 했다.
서울대 독어교육과에 입학한 윤주영(19)씨도 EBS 장학생이 됐다. 전북 고창군 출신인 그는 전교생 50명이 안 되는 초·중학교를 졸업했다. 더 많은 친구들과 공부하며 자극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농어촌 입시 전형’의 기회 대신 군산 전북외고를 선택했다. 처음엔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유료 강의를 기본으로 활용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기가 죽기도 했다. 하지만 윤씨는 3년 내내 EBS 강의와 학교 수업으로만 공부하면서 꿋꿋이 대입을 준비했다.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매주 주말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3시간 동안에도 EBS 강의 게시판에 질문을 남겼다. 윤씨는 “EBS와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 최우수상은 이화여대 소비자학과에 입학한 곽수현(19)씨가 받았다. 곽씨는 2년 전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처음엔 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까 고민했다. 그러나 곽씨는 “부모님이 그 돈을 기뻐하지 않을 것 같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곽씨는 일주일 중 6일을 학교에서 공부했고, 자습 시간엔 EBS 교재를 최대 10번씩 반복해 읽으며 입시를 준비했다. PDF 파일로 EBS 교재를 내려받아 틈틈이 배운 내용을 복습했고, 학원은 물론 사설 문제집도 풀지 않았다고 한다. EBS와 자습으로 합격한 것이다. 지금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곽씨는 “회계사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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