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창간 문예지 ‘유심’ 내달 재창간… “각박한 세상, 깊은 문학정신으로 인간성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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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호우, 극한 폭염, 극한 대결, 극한 살인. 올해 여름 우리는 극한이라는 말에 짓눌려 살았습니다. 불안의 불안을 먹고 살고 있었지요. 바로 '유심'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유심은 앞으로 상생이란 말에 의해서 남을 우리로 받들어 가는 잡지가 될 것입니다."
재단법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선양회)가 다음 달 1일 시 전문 계간지로 재창간하는 문예지 '유심(惟心)'의 신달자 편집주간(80)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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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시인에 ‘정지용문학상’ 문태준
황동규 등 15인 신작시 45편도 수록
8년 만에 다시 펴내는 유심은 만해의 자유·평등사상과 무산 스님이 강조했던 조화의 상생을 지향한다. 발행인을 맡은 권영민 선양회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선양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각박하고 피폐한 세상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려면 깊은 문학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유심의 재창간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재창간호 초대 시인은 2019년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문태준 시인(53)이다. 신작 시 7편과 에세이 1편이 재창간호에 실렸다. 신 주간은 문 시인에 대해 “유심이 나아갈 상생의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시인”이라고 했다. 문 시인은 신작 시 ‘가을에게’에서 “저물녘에는 낙엽들을 쓸면서 알게 되었다오/내가 얼마나 많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지를/그러니 가을이여, 내게 더 많은 당신의 낙엽들을 주오”라고 썼다.
황동규(85) 정호승(73)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15인의 신작 시 45편도 재창간호에 함께 담겼다. 황 시인은 넝쿨에서 피어난 호야꽃을 두고 “이런 꽃이라도 피워놓아야/이 억지와 폭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노래할 수 있지/…/세상 사람들 뭐라 뭐라 해도/꽃이 노래하고 죽어야 열매가 열지”라고 쓴 시 ‘호야꽃’을 실었다.
시조시인이었던 무산 스님을 기리는 뜻에서 시인 5인의 신작 시조 15편도 담았다. 권 이사장은 “앞으로도 유심에 신작 시조를 실어 한국 시조문학이 활성화되고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읽는 만해 한용운’에선 만해의 조선불교유신론을 새로 번역해 실었다.
재창간호는 3000부를 전국 공공도서관 1700여 곳에 무료로 배포한다. 권 이사장은 “시 정신과 인간 정신이 회복되고 삶의 가치가 중시되는 기운이 조금이라도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유심’ 재창간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양회는 내년부터 ‘무산상’을 제정해 문학·예술·문화일반 등 세 분야에서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을 표창할 방침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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