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을장마
대륙으로 올라간 장마전선이 시베리아 고기압과 부딪친다. 이후 방향을 돌려 한반도로 내려온다. 이때 비를 동반한다. 꼭 이맘때다. 어김없다. 가을장마라고 불리는 기온 현상이다.
북녘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남녘의 더운 공기의 랑데부가 만들어 낸 기운은 유별나다. 하루이틀 비를 뿌린다. 강우량이나 강우일수 등은 초여름 장마전선이 북상할 때보다는 물론 적고 불규칙하다. 하지만 결실기에 접어든 농작물에는 좋지 않은 비다.
9월로 접어들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은 꼬리를 내린다. 그러면서 찬 기운의 고기압이 확산된다. 이후 다시 북상한다. 속도도 제법 빨라진다. 가끔 일본열도를 스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동해 물결은 더욱 거칠어진다. 이 시대 동북아시아의 심술궂은 기상 삼국지다.
‘고려사’에는 1026년(현종 17년) 가을장마로 민가 80여호가 떠내려 갔다는 기록이 있다. 이 녀석은 수확철을 앞둔 들녘에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과일의 당도에도 영향을 끼치고 찰진 맛을 내려는 벼 낱알의 숨통도 조인다. 하늘만 올려다봐야 하는 농민들에겐 야속하기 짝이 없는 불청객이다.
기상당국이 가을장마의 방문을 알렸다. 제11호 태풍 ‘하이쿠이’에 실려서다. 이 태풍의 명칭은 중국이 태풍위원회에 제출한 이름으로 말미잘을 뜻한다. 28일 괌 북북서쪽 570㎞ 해상에서 발생했다. 중심 기압은 998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18m(시속 65㎞) 등이다. 시속 14㎞로 서북서진 중으로 9월2일 오전 9시께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150㎞ 해상까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뒤끝이 깊다. 봇짐을 다 챙기고도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않을 심상이다. 그래도 떠날 때는 가까워졌다. 그게 자연의 섭리다. 피해가 없도록 슬기롭게 대처하자.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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