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최근 한 영재의 학교폭력 피해 논란으로 우리나라 언론이 떠들썩하다. 겉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영재 학생이 또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한 ‘학폭’ 사건이다.
대중들은 이 영재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따돌림을 시켰으니 인성이 덜 됐다며 그 영재 학교 학생들을 비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따돌림을 정당화할 순 없으나 시스템상 내신 관리가 치열하고 조별과제가 필수인 학교에서 나이 어린 피해 학생이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없이 다른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정황과 입장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가 영재 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외에도 기득권 자녀들에게 유리한 특례, 시험 문제 유출 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학교와 학생이 관련된 큰 논란과 사고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평등하지 못한 사회와 더불어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및 교육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평등한 기회와 선행 그리고 이해와 배려를 배우며 자라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덕목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영재 학교일수록 더욱더 숨쉴 틈도 없이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지 못한 아이는 ‘약하고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회의 낙인이 따른다. 이 아이의 개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영재교육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경쟁만이 중요한 사회에 이들을 길들여 놓고 이제 와서 학생들에게 왜 뒤떨어지는 학우를 돌보지 않았냐, 왜 기득권의 특혜를 이용했느냐며 비판하는 것은 불공평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당장 위의 사건 당사자와 대중의 입장이 바뀐다면 당사자들과 다른 선택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현재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교하면 여러모로 교육에 관한 인식과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다.
오래된 전통을 지키는 영국의 교육 체계는 우리나라 체계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학기는 3월이 시작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9월에 시작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우리의 초등학교와 비슷한 Prim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합친 개념의 Secondary school, 그리고 수능 공부의 개념과 비슷한 A-Level이 있다.
영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A-level을 보기 전 UCAS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총 다섯 개의 대학에 지원해 오퍼를 받는다. 그 오퍼에 맞춰 A-level 점수가 잘 나오면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일 일반적인 과정이나 사회계급에 따라 이 교육과정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바로 영국이 아직 ‘계급사회’라는 점인데, 계급에 따라 받는 교육 수준이 다르다. 계급에 따라 공립학교로 갈지 사립학교로 갈지가 나뉜다. 영국에서는 일반 계급의 아이들이 가는 공립학교 교사의 봉급이 높지 않아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가 항상 부족하다. 따라서 교사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게 되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상류계층 아이들은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줄임말) 입학생들의 대부분이 이 계층 출신 아이들인 이유다. 이 교육의 질 차이가 영국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영국도 이렇듯 평등하지 못한 사회 체계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교육이 한국과 비교해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교육은 아이들이 알파벳을 하나라도 더 많이 외웠느냐보다 그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이들을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경쟁만 시킬 게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도와주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 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낀 경기도’ 김동연호 핵심 국비 확보 걸림돌…道 살림에도 직격탄 예고
- 삼천리그룹,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단행
-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김영선 구속..."증거인멸 우려"
- 한국 축구, 북중미월드컵 亞 3차 예선서 파죽의 4연승
- “해방이다” 수험생들의 ‘수능 일탈’ 우려...올해는 잠잠하네 [2025 수능]
- "우리 집으로 가자" 광명서 초등생 유인한 50대 긴급체포
- [영상] “온 어린이가 행복하길”…경기일보‧초록우산,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
- 성균관대 유지범 총장,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 받아
- 어린이들에게 사랑 나눠요, 제10회 나눔천사 페스티벌 산타원정대 [포토뉴스]
-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 vs 한동훈 “이 대표도 범행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