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시비, 복잡한 인허가… 국내선 민간 주도 신도시 쉽지 않아

김성민 기자 2023. 8.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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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삼성이 추진했다가 실패

한국에선 애플·구글 같은 대기업이나 억만장자들이 주도하는 신도시 건설은 쉽지 않다. 특혜 시비와 함께 복잡한 인허가 절차, 과도한 개발 이익 환수 조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 98만7000평(325만7100㎡) 부지에 LCD 생산 단지와 1000여 가구의 주거 단지, 초·중·고교 9곳을 포함한 공공시설, 상업 지역 등을 아우르는 자족형 기업도시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총 1조4000여 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삼성이 막대한 개발 이익을 독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적용하는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거론하며, 민간 기업에 기업도시 개발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기업도시를 포기하고 대신 산업단지 개발로 선회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재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주도 신도시 건설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특혜 시비다. 기업도시를 만들려면 아파트 같은 주거 시설 건설이 필수적인데, 부동산을 매우 강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국내 정서상 특정 기업에 대규모 건설·부동산 사업을 허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가 나자마자 인근 아파트 호가가 크게 뛰었다”며 “기업도시를 허가해 주면 더 큰 부동산 시장 변동을 초래할 수 있어 특혜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는 토지 개발이나 용도 변경과 관련한 독점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특정 기업 신도시 건설을 위해 토지 용도를 변경해 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라고 했다.

정부가 만든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은 공공성을 강조한 나머지 이익 환수 조건이 너무 많아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신도시 건설 촉진을 위해 만든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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