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태평양에서 희석될 방사성 물질의 연안 감시
후쿠시마에서 방류가 시작됐다. 방류수가 거대한 태평양의 물과 섞이며 방사성물질이 대거 희석되기는 하겠지만 많은 국민이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연안의 방사능 변화에 대한 적절한 감시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방사성물질의 해양확산 영향을 분석했다. 이 분석의 배경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과한 처리수에는 제거되지 못하는 삼중수소가 배출기준치를 10배 이상 초과할 정도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 농도는 평균적으로 리터(L)당 62만㏃(베크렐)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 처리수를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방류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배출기준치의 40분의1 이하가 되도록 한 후 방류한다고 공표했다. 방류 전 희석은 후쿠시마 인근 주민의 안전 관점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방류 후 해양에서 희석 정도가 중요하기에 정량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이 분석의 전제는 알프스 설비가 정상작동해 여타 방사능 핵종은 충분히 제거되고 삼중수소만 문제가 되는 알프스 처리수가 연간 4만톤가량 배출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방류수의 일부가 4~5년 뒤 우리나라 연안에 도달하고 삼중수소의 농도는 평상 바닷물 수치인 0.1㏃/L의 10만분의1 수준인 0.000001㏃/L이라고 나왔다. 알프스 처리수의 당초 삼중수소 농도에서 약 6000억분의1로 낮아진 수치다. 이 정도는 측정조차 불가능한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현저히 삼중수소 농도가 낮아지는 것이 태평양의 거대한 바닷물에 의한 희석 때문이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만하다.
이러한 해양희석 효과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무방비 상태에서 바다로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물질에 의한 영향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전혀 관측된 바가 없다는 사실로 이미 입증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해양수산부에서는 우리나라 해역 200개 측정점에서 최대 월3회, 최소 연1회 주기적으로 해양 방사능을 측정한다. 측정대상은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삼중수소 등 주요 방사성 핵종이다. 표층수와 심층수 등 측정심도도 다양하다. 2011년 이후 특별한 증가가 관측되지 않은 측정결과는 매년 발간되는 해양 방사능 조사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고정 측정점에서의 주기적인 검사는 우리 해역뿐만 아니라 공해상에 추가된 고정점에서 앞으로도 계속돼 방류 영향 감시에 활용될 것이다.
연안 방사능 감시에 부가적으로 쓸 수단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이동형 실시간 해수 방사능 감시시스템을 개발해 충남도와 제주도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 실시간 감시시스템은 선박장착형으로 해수를 채취한 후 실시간으로 선박에 설치된 검출기를 이용해 방사능을 측정하는 장치다. 이 시스템은 0.2~1.0㏃/L 이상의 분석 감도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측정주기는 1분 이상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1시간으로 설정하면 0.2㏃/L 정도의 낮은 방사능 농도도 실시간 측정된다.
고정점에서 측정된 해수 방사능 세기는 세슘의 경우 최대 0.002㏃/L 수준으로 매우 낮다.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은 그보다도 낮다. 세슘의 식품 허용기준이 100㏃/㎏이니 평소 바닷물의 세슘 농도는 전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평소 실시간 감시시스템에서는 이런 낮은 농도의 세슘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후쿠시마 방류수에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세슘 등이 많이 있고 우리나라 연안으로 유입돼 방사능 농도가 상승한다면 실시간 감지를 통해 즉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방류수의 방사성물질이 태평양에서 대거 희석된다는 사실과 철저한 연안 방사능 감시를 통해 우리나라 해역에서의 방사선 안전이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후쿠시마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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