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브, 숏폼 BGM이 공연장서 울려퍼질 때…수증기는 인증기가 된다

이재훈 기자 2023. 8. 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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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케이스포돔서 첫 단독 공연…1만5천명 매진
[서울=뉴시스] 라우브 첫 단독 내한공연. 2023.08.30.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이 없는 삶은 오류일 거다. 감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 삶의 여러 BGM이 증명한다. 현재 그 BGM은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대부분 흐른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라우브(Lauv·아리 스타프랜스 레프)는 이런 흐름의 수혜를 입은 대표주자. 멜로디컬한 숏폼용의 팬시한 음악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라우브가 2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첫 단독 내한 콘서트는 숏폼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떠돈 음악이 오프라인에서 공유될 때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드럭스 & 디 인터넷(Drugs & The Internet)'을 부르기 전 소셜 미디어에 집착했던 자기 모습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던 라우브는 귀에 감기는 음악이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숏폼에서 유행하는 음악이나 이른바 힙스터들이 듣는다는 음악은 휘발성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프라인에서 관객들이 그 노래의 무게를 함께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상의 BGM이 공연장 풍경으로 들어올 때, 그루브가 환희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증거하는 장면들이 수두룩했다.

'러브 유 라이크 댓(Love U Like That)'으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은 80분가량이었지만, 각각의 노래 멜로디 자체가 서사를 만들어냈다.

[서울=뉴시스] 라우브 첫 단독 내한공연. 2023.08.30.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름비가 내리는 날, 초반부터 공연장을 달군 '패리스 인 더 레인(Paris in the Rain)'은 감미로운 떼창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각종 브랜드 행사에 울려퍼졌던 곡이자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지난달 첫 팀 팬미팅에서 재해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노래다.

라우브의 라이브 실력은 안정적이었다. '패러노이드(Paranoid)', '퍽, 아임 론리(fuck, i'm lonely)' 등에서는 팔세토를 연상케 하는 가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체이싱 파이어(Chasing Fire)', '드럭스 & 디 인터넷' 때는 관객이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이용해 객석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게 만들기도 했다.

라우브의 팬서비스도 화끈했다. 공연 중간 '서머 나이츠(Summer Nights)', '몰리 인 멕시코(Molly in Mexico)' 등을 부를 땐 플로어석 한 가운데로 걸어나와 관객들 틈 사이에서 노래했다. 가깝게 자리한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는 등 다정했다.

'타투스 투게더(Tattoos Together)'를 부를 때는 자신의 팔에 새겨진 '맛살♡' 타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이 모습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인증됐다. 라우브는 작년에 내한했을 당시 게맛살을 맛보고 크게 마음에 들어하며 해당 타투를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라우브 첫 단독 내한공연. 2023.08.30.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본래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함께한 곡인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를 독창할 땐 관객이 대신 함께 우렁차게 떼창했다. 본래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협업한 '후(Who)'를 부를 때는 감미로웠다.

이날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던 무대 중 하나인 '스틸 더 쇼(Steal the Show)'에선 깜짝 이벤트가 벌어졌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역주행하며 최근 누적관객 700만명을 넘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의 주제가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종합 차트 10위권에 안착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노래다.

라우브가 건반을 연주하며 이 곡을 부르기 직전 한 커플이 등장했다. 남성이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여성은 눈물을 흘렸다. 상당수 관객이 해당 곡을 따라 부르며 이들 커플을 축하해줬다. 다만, 해당 커플에 대한 정보가 없어 상황이 낯설었다는 음악 팬들도 있었다. "'엘리멘탈' 속 엠버와 웨이드처럼 우리가 서사를 아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입이 좀 힘들었다" "난 내가 (MBTI 성향 중) F인줄 알았는데 프러포즈 장면을 보고 T 같더라" 등의 반응이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장면이라 축하와 환호가 우선이었던 건 당연했다. 해당 프러포즈는 라우브 측이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우브는 해당 무대 직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엘리멘탈' 속 물 웨이드와 불 엠버의 만남에서 사랑의 징표가 수증기였는데, 이번 콘서트에서 라우브와 팬들의 만남은 여러 것에 대한 인증기였다.

라우브의 인기를 반영하듯 케이스포돔엔 최대 수용 인원인 1만5000명으로 가득 찼다. 그가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내한한 적은 있으나 홀로 공연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더보이즈' 멤버 에릭과 뉴 등이 객석에 앉아 있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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