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 첫 단추 끼운 그 여정의 끝
굵직한 사업 추진에 있어 조급해서 될 일은 하나도 없다. 옛말에 강물이 10년은 동(東)으로 흐르고, 10년은 서(西)로 흐른다는 말이 있다. 현재는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도 언젠가 좋아질 날을 학수고대하며 현재의 고통을 참는 것이 장차 웃을 날을 기다리기 위해서라고 스스로 믿으라는 뜻이다. 중국 초한쟁패기, 한나라의 한신(韓信)은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치욕’을 당했을 때 그는 굳은 인내심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겪어내며 나중에 대장군의 지위까지 올랐다. 몸이 어려움 가운데 있을 때 힘을 비축하고 준비한다면 반드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국책 사업도 추진과정에서 긴 호흡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말 정선 강원랜드에서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이란 대역사를 준비하기 위해 강원도와 경상북도 10개 시·군 자치단체가 모였다. 가까이는 접경지인 강원도 양구군에서, 멀리는 경상북도 영천시까지 내륙의 교통 오지 10개 지자체가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역 발전의 기치를 처음으로 내걸었다.
추진협의회는 양구군을 시작으로 인제군, 홍천군, 평창군, 정선군, 영월군 등 강원도내 6개 지자체와, 봉화군, 영양군, 청송군, 영천시 등 경북 4개 지자체로 구성됐다. 이들 지역은 한국의 허파인 백두대간과 나란히 하며 남북을 잇는 지역들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교통이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또 지역마다 다양한 삶이 녹아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지역개발 소외로 어려운 삶을 살아온 접경지역, 한국 현대화의 역군이자 산업전사였던 옛 광산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폐광지역, 백두대간 능선에 걸치면서 개발 제한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온 백두대간지역 주민들의 녹록한 삶의 여정이 스며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이 하나의 아젠다로 뭉쳤다.
남북9축 고속도로는 양구군을 시작으로 인제군∼홍천군∼평창군∼정선군∼영월군∼경북 봉화군∼영양군∼청송군∼영천시 등 10개 시·군 309.5㎞ 구간을 잇는 대형 사업이다. 예산만도 14조 8870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 남북9축 고속도로는 지난 2021년 9월 정부의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2021∼2030)에 발표된 이후 양구∼영월 강원내륙 고속도로 구간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강원 정책과제에 포함돼 올해 정부예산 3억원을 들여 국토교통부의 현황조사 및 교통수요 예측, 경제성 분석 등 사전 타당성 연구용역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초대 추진협의회장에 추대된 최승준 정선군수는 긴 여정을 위한 첫 걸음마를 이제 시작한 만큼 지자체별로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인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추진동력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인없는 결과가 없듯이 우선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년)에 남북9축 고속도로가 반영돼야 사업 추진에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정부를 설득하기에는 1곳의 지자체보다 많은 지자체가, 정치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 지역의 국회의원보다 많은 지역의 국회의원의 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형인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생존권 차원에서 해당 지자체들도 대정부 설득작업에 함께 나서야 한다. 그동안 교통 오지로 지역발전에서 소외된 만큼 균형발전이란 아젠다를 대의로 내세워 지역의 몫을 찾아야 한다.
최승준 추진협의회장은 지난 25일 태백역에서 열린 태백선 열차 EMU-150 도입 기념행사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을 위한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첫 단추는 이미 끼워졌다. 고속도로 개통을 위한 그 여정의 길고 짧음은 오로지 해당 지역주민들의 간절함의 크기와 비례한다.유주현 정선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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