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의 빛과 그림자②] 12. 소양강댐 닮은꼴 충주댐
국내에서 두번째 저수능력 갖춘 충주댐
한강유역 용수난 해소·연 6억t 홍수조절
연 33억8000만t 각종 용수 수도권 공급
충주·제천·단양 13개면 마을 ‘물 속으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재산권 행사 불가
저수온에 어종 줄고 잦은 안개 농사 타격
주민·충주시의회 정수구입비 혜택 요구
수자원공사 민소송 제기 등 갈등 이어져
지원실무추진단 구성·상생협약서 발표
심항산 권역 아트폴리 사업 등 상생협력
시 2024년 준공 목표, 마중물 사업 기대
소양강댐이 동양 최대 사력(沙礫)댐이라면, 국내 최대 ‘콘크리트’ 댐은 충주댐이다. 충주댐은 충주시 종민동과 동량면 조동리 사이 협곡을 막아 세워 지은 다목적댐이다. 소양강댐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27억5000만t의 저수능력을 갖췄다. 연간 33억8000만t의 각종 용수를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고 홍수조절 기능도 하고 있다. 충주댐으로 인해 서울·경기·인천지역 등 한강유역은 용수난을 해소하고, 연간 6억t의 홍수조절로 한강수위를 1m 가량 낮추게 됐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대규모 댐 건설로 유역 주변의 자연환경과 인문·사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댐으로 인해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 3개 시·군의 13개면의 주민들이 살던 마을이 물속에 잠겼다. 당시 충주시 이주민만 2만여 명으로 집계된다. 수몰민 발생과 지역개발 저해, 물값 논쟁까지.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참 많이 닮아있다. 충주댐의 하루 용수 공급량 748만t 중 94.7%(708만t)가 서울·경기·인천 등지에 공급되고 있다. 충주댐 건설로 인한 여러 갈등을 충주시와 충주시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 “잦은 안개, 동일한 물값 못 살겠다”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진 댐공사는 동네의 발전을 앞당기고 ‘장밋빛 미래’를 안겨줄 것이라고 주민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건설 이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개발은 커녕 규제만 하나 둘 씩 늘어갔다. 가내수공업을 위한 공장 하나도 만들 수 없게 되자 재산권 행사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물을 가둬놓으니 일대 주민들이 겪는 피해는 많아졌다. 겨우내 수온이 한참 내려간 물을 댐 아래서부터 방류하면 한여름 개울가는 물이 차가워 들어갈 수도 없었다. 수온이 낮아지다보니 물고기들의 산란도 어려워 어종도 줄었다는 것이 이 일대 주민들의 설명이다.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에서 50년 넘게 거주한 김남직씨는 “어린 시절 한여름엔 동네아이들과 물장구 치던 강가는 댐 건설 이후 물이 너무 차 오래 있을 수도 없다”며 “수온이 맞지 않으니 다양한 어종이 살지 못하고 수시로 댐 수문을 열고 닫고하다보니 물 수위도 일정하지 않다”고 했다.
수몰지역 대다수가 농사를 짓는 곳인 가운데 잦은 안개는 과실의 생육에도 영향을 끼쳤다. 보상을 받고 새로운 살길을 찾으러 나간 사람들도 농사를 천직으로 알아온 사람들이다 보니 어리숙하게 실패하기 일쑤였다.
결국 수십년간 쌓여온 주민들의 불만은 물값으로 이어졌다. 댐으로 인해 주민 피해가 큰 데에 비해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물값을 내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충주시의회는 2018년 12월 매년 충주시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지불하는 정수구입비 전액을 삭감, 정수구입비 차등 적용이나 댐 주변 지역 지원금 인상을 수공에 요구했다.
정수구입비 미지급 상황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이어져 이 기간 동안 한국수자원공사는 밀린 정수구입비와 연체료를 달라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갈등도 이어졌다.
충주시민들도 충주댐 피해 보상촉구를 위한 각종 서명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 상생협력추진을 위한 지원실무추진단 구성
주민들의 불만이 나날로 커져가자 의견을 한 데 수렴할 소통 창구가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됐다.
2019년 11월 8일, 충주시와 충주시의회, 이종배 국회의원, 한국수자원공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협력분야 추진을 위한 지원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협약서에는 △충주시 발전과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미래사업 발굴 및 추진 △충주댐 친수 공간 조성, 친수문화 활성화 등 수변가치 제고 △충주시 지방상수도 시설 현대화 사업 및 지방상수도 관리 기술지원 △인공습지 조성 및 도랑 살리기 등 생태복원과 상수원 수질오염 저감 △충주댐 건설사업(치수능력 증대사업, 공업용수도 확장, 제3수력 건설) 현안 해소 등이 담겼다. 이들은 지원 실무추진단을 운영해 실행과제를 적극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2021년 6월 14일, 이들은 충주댐 지역가치 제고 및 통합물복지 실현을 위한 상생협약서를 발표했다. 충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양 측은 충주지역 산업용수 공급을 위해 충주댐 계통 광역상수도 3단계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또 댐 주변 지원 사업비를 증액할 수 있는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노력하고, 증액분을 상생협력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충주댐(조정지댐) 상류 개발에 협력할 것과 엘리베이터 전망대 리모델링 조기 시행, 치수능력 증대 관련 사토장 3곳 공원화, 댐 좌측 잔디광장 복구 후 개방 등을 약속했다. 협약에 따라 충주시는 그동안 미납된 정수 구입비를 납부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대전지방법원에 충주시를 상대로 한 수도요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충주시의회는 지난 3년을 버티면서 4억여원의 연체료 채무를 만들어냈지만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적지 않은 재정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고 평가했다.
■ 상생협력 우선사업 ‘심항산 아트폴리 조성’
상생협력추진의 일환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업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지원실무추진단은 ‘충주시 관광자원과 연계한 명소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공동용역으로 추진해왔다. 공동용역 결과 ‘심항산 권역 아트폴리(art-folly)사업’을 상생방안으로 결정하고 충주시와 수공간 업무 배분 및 사업 추진 일정 등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아트폴리는 주변경관을 활용한 자연 친화형 휴식공간 및 포토존으로 심항산 아트폴리를 통해 충주호, 심항산, 종댕이길의 다양한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시는 계단식 테라스형 아트폴리, 둥지형 아트폴리, 충주호 생태관광자원과 연계한 둘레길 11곳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충주시는 실시설계용역에 돌입,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주시 관계자는 “아트폴리 설치가 시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속적인 상생협력 체계를 뒷받침할 마중물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주시/이승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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