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기완결' 실패 답습하는 중국 경제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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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사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채무불이행으로 중국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현재 사태는 중국이 추진한 자국 생산에 기반한 자기완결형 경제체제 구축 시도와 밀접한데, 과연 이를 수정해 글로벌협력과 분업체제를 지향하는 보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체계로 중국이 전환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지 불분명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따라서 자기완결경제가 아닌 글로벌 협력경제체제로 중국이 전환해야 할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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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위기 자산붕괴로 옮겨붙은 중국
글로벌 협력경제로 복귀 거부하면
중국 실패 후폭풍, 선제적 대비해야
부동산개발사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채무불이행으로 중국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중릉(中融)국제신탁 역시 이자 지급과 원금 환매를 중단해 우려가 크다. 2021년 역외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 역시 최근 뉴욕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최근 중국 상황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리만브라더스 사태에 빗대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금융위기 중심인 2008년 사태보다는 수출악화 및 내수부진 디플레이션과 결합한 실물·금융 복합위기 성격이 강하다. 실물위기가 주택·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시장 붕괴로 이어져 장기불황에 빠진 과거 일본 사례가 우려된다. 중국은 내수부진 디플레이션으로 7월 소비자, 생산자 물가 상승이 전년 대비 –0.3%, –4.4%를 나타냈다. 수출 역시 크게 줄어 7월 감소액은 지난 몇 년 가장 큰 –14.5%다. 최근 중국 경제의 복합위기는 중국과 연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특히 위협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대체투자처로 우리 시장에 자금 유입을 기대한다. 하지만 수출의존을 비롯 여전히 우리 경제는 중국과 연계가 높아 충분한 차별화를 주지 못하면, 기회보다는 중국의 상황 악화에 동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사태는 중국이 추진한 자국 생산에 기반한 자기완결형 경제체제 구축 시도와 밀접한데, 과연 이를 수정해 글로벌협력과 분업체제를 지향하는 보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체계로 중국이 전환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지 불분명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떠오르는 태양'이던 일본도 상황이 비슷했다. 미국과 갈등을 빚던 1980년대 초반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당시 일본 역시 규모 있는 내수경제에 기반해 자기완결형 경제를 추진했지만 결론은 장기불황이라는 비극이었다. 국가 간 협력과 무역으로 어느 정도 경제성장에 도달하면 다른 국가의 협조 없이도 경제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상당한 규모의 내수시장이 있거나 자본을 꽤 축적했거나 다른 국가와 갈등을 겪는 상황이라면 그런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자주·자립 경제를 지향하며 주요 생산단계를 자국 내에서 소화하는 자기완결형 경제를 추진한 대부분 사례는 생산성 저하와 국제경쟁력 상실에 직면한다. 한때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기업과 산업이 대표적이다. '주식회사 일본'의 이름으로 동남아 일부 저비용 생산기지를 제외하고 연구·개발과 장비, 소재 및 생산까지 모든 부가가치단계를 자국 내에서 소화한다며 자국완결체계 구축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자기완결형 경제체제는 그 비효율성으로 생산성 약화와 성장 부진을 경험하고, 이에 따른 국민 불만을 잠재우려 내수 진작을 위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고 그 결과 과도한 부채와 자산시장 거품으로 이어지기 쉽다. 1980년대 플라자 합의로 수출 부진에 빠지자 일본이 그 길을 선택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바로 그 모습이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내수시장이 아무리 커도 모든 생산단계를 아우르는 자기완결경제로 국제경쟁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중간재 결합을 통한 생산단계별 효율적 접근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그렇다. 첨단기술의 원천지식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자기완결경제가 아닌 글로벌 협력경제체제로 중국이 전환해야 할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선택과 변화를 우리가 강요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지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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