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지금은 明·淸 교체기가 아니다
한·미·일 군사협력 새시대 맞아
누구 편 설지 눈치 볼 시기 아냐
자유·인권 진영에 결속 강화를
“국익이 우선이지 어떻게 인류 보편, 자유, 인권 이런 문제를 우선으로 내세울 수가 있습니까.”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인 20일 한 야당 국회의원이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일부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안보, 국가의 안보를 우선으로 하셔야죠”라고도 했다. 기자가 알기로 이번 회의 핵심이 바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3국 공조 강화를 통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한국이 못 챙긴 더 중요한 다른 ‘국익’이 있다는 뜻인지 되묻고 싶다.
아무리 비유라도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나 통용된 성리학을 오늘날 인류 보편의 가치와 연관짓는 건 무리다. 떠오르는 청을 잡았어야지 왜 저무는 명에 매달렸느냐는 지적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런데 오늘날 대체 누가 뜨는 청이고 누가 지는 명이란 얘기인가.
어쩌면 이 의원의 메시지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보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강대국 러시아를 바로 옆에 두고 있으면서 자꾸만 서방에 한눈을 팔다가 결국 전쟁에 말려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당시 여당, 곧 지금의 야당이 보인 태도와 비슷하다. 이는 당장 ‘피해자 탓하기’라는 역풍을 맞았다. 유력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한테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 지도를 펼쳐 보면 불리한 지정학의 피해자가 우크라이나만은 아니다. “현대 역사에서 한국과 폴란드는 가장 위험한 상태에 노출되었던 나라들이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셰이머 시카고대 교수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한국어판(2017)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 독자만을 위해 쓴 글에서 그는 “한국과 폴란드가 게걸스러운 주변 강대국들 때문에 상당 기간 지도 위에서 사라져 버린 적도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혹시 모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들어 “한국은 지속적으로 위험한 이웃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크라이나한테는 없고 우리에겐 있는 동맹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지금의 러시아나 1950년의 북한 같은 침략자를 제외하면 싸우고 싶어 싸우는 나라는 없다. 1950년의 한국 그리고 지금의 우크라이나처럼 싸워야 하니까 싸울 뿐이다. 누가 나를 없애겠다고 덤비는데 맞서지 않으면 그냥 죽는다. 행여 살아남아도 자유 없는 노예 신세가 될 것이다. 지난 24일 러시아와의 치열한 전쟁 중에 제32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립이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자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미국인들은 자유를 위해 치른 대가와 그 결과 누리는 축복을 기억하고자 매년 7월4일 독립기념일을 기린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과 결합돼 한·미·일 군사협력 심화로 발전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이를 “(한·미·일이란) 삼각형의 한 선(한·일관계)이 이제껏 점선이었는데 그걸 실선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일 말고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공조 강화도 시급하다. 지금은 누구 편에 설지 눈치를 봐야 했던 명·청 교체기와 다르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진영에 우리 자신을 단단히 결속시켜야 할 때다.
김태훈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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