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상 없음’[이정향의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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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둔 오토.
곧게 뻗은 철로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오토지만 그날 밤만은 행복의 눈물을 흘린다.
몸이 아파도 세찬 눈보라 속에 서서 기차를 맞이하는 오토.
영화 속 오토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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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윤리에 충실하다는 것, 본분을 다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직업 선택의 잣대는 사명감이 아니라 돈과 편안함이 됐다. 공무원이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됐고, 여러 해 동안 공무원 시험 공부만 하는 이들도 흔히 본다. 이 열풍은 일을 못해도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월급과 연금이 높고,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면 될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은 실종됐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로 온 나라가 분노의 도가니다. 전 정부와 현 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공무원의 잘못임은 분명하다. 국민의 고혈인 세금을 임자 없는 돈으로 여긴 그들. 영화 속 오토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플랫폼에 쓰러진 오토의 몸 위로 눈이 쌓인다. 뇌출혈이다. 오토에게 다녀간 세 명의 소녀는 18년 전 세상을 뜬 딸이었다.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못 본 아버지를 위해 이승의 마지막 순간에 찾아왔다. 딸과 함께한 시간은 오토가 세상을 떠나면서 꾼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허망하게 딸을 잃은 슬픔이 북받칠 때마다 그는 텅 빈 플랫폼에서 허공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었다. 어스름한 저녁, 눈물을 삼키며 하늘을 향해 호루라기를 부는 오토의 슬픔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최고의 오프닝 장면이다. 이제 오토 같은 공무원은 볼 수 없을까? 이 사실이 더 슬프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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