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 환자 ‘이 운동’하면 사망률 16% 줄어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COPD) 진단 후 규칙적인 중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는 게 향후 사망과 질병 악화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OPD는 전 세계 사망률 3위에 해당하는 호흡기계 질환이다. 주로 흡연에 의해 발생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되거나 대기오염과 관련된 미세먼지 및 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하지만 점차 진행하면 기침·가래·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COPD 환자는 꾸준히 병원을 찾아 진료하고 흡입기를 처방받는 게 중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약물 치료 외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운동이다.
COPD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운동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OPD가 진행하면 숨 차는 증상이 심해지고 신체 활동이 감소된다. 이는 근 감소와 골격근 소모 등으로 이어지고, 증상이 더 심해지고 신체 활동도 줄어들게 된다.
COPD 환자에게 운동이 중요한데 대부분 병원 환경에서 운동 중재 연구를 통한 운동 능력의 향상과 증상 개선으로 보고돼 왔다. 하지만 병원 환경에서 운동 중재가 끝나면 실생활에서 운동이 지속되지 못하고, 운동 능력이 다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박혜윤 교수·김태윤 임상강사,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김현수 연구원, 삼성융합의과학원 공성아 연구교수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 1월~018년 12월 COPD 진단 전 규칙적인 중고강도 운동을 한 적 없는 40세 이상 환자 11만97명을 추적 관찰했다.
운동 효과를 보는 연구의 경우 운동을 시작할 때까지 오래 생존해야 운동을 시작하는 군에 포함되는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오류를 조기 발견 기간 오류(immortal time bias)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순차적 대상 모방 실험(Sequential Emulate-Target Trial)’이라는 최신 방법론을 사용했다.
여러 개로 중첩된 임상시험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시뮬레이션해 각 군의 배정과 추적 시작 시점을 일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할 만큼 건강한 사람이라 임상적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연구팀은 운동 여부를 평가할 때마다 모든 관련 질환 이력, 약물 이력 등을 재평가해 ‘COPD 진단 후 중고강도 운동을 증가한 그룹’ 과 ‘하지 않는 COPD 환자 그룹’ 을 계속 매칭하여 비교했다.
연구팀은 COPD 환자에게서 사망과 악화에 효과가 있는 중고강도 운동의 구체적인 조합을 다음과 같이 보여줬다.
‘1주일에 3일 이상 고강도 운동 (20분 이상 숨이 많이 찬 정도의 운동 즉, 달리기, 등산, 빠른 속도로 자전거 타기 등)’ 혹은 ‘1주일에 5일 이상 중강도 운동(30분 이상 숨이 약간 차거나, 등에서 땀이 날 정도의 운동 즉, 빠르게 걷기, 보통 속도로 자전거 타기, 가벼운 물건 나르기, 청소 등)’ 으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중고강도 운동을 증가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사망 위험이 16% 정도 낮고, 중증 악화 위험이 10% 낮아졌음을 확인했다.
규칙적인 고강도 또는 중강도 운동을 시행하자 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환자에게서 COPD 진단 후 숨이 약간 차거나 등에서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1주일에 5일 이상 하는 것으로도 임상적인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나이가 많거나 동반 질환이 있으면 가벼운 걷기 운동부터 시작하기를 권했다. 걷기 운동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점차 빠르게 걷기로 바꾸고, 경사진 길을 이용하는 등산 운동으로 서서히 강도를 올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잘 걷기 위한 종아리, 허벅지를 포함한 하체 근력 운동을 함께 병행하기를 권했다.
박혜윤 교수는 “기대 수명이 늘면서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운동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한 장수를 위한 첫 걸음”이라며 “COPD 환자에게도 흡입제 사용, 금연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은 강조되지 않을 수 없지만 운동 강도와 방법은 현재 몸 상태와 기저 질환에 따라 담당 의사와 상의해 ‘개인별 맞춤 형태’로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체스트(CHEST)’ 최근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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