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주택 공기업, 공급보다 품질·관리 신경써야”

오상도 2023. 8. 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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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 패러다임 전환 현안 꼽아
비대해진 통합 LH 역할 분산 강조
이재명표 ‘실체없는 기본주택’ 포기
9월 4일 ‘경기도형 공공주택’ 공개
“(전임 이재명 지사 때 내놓은) ‘기본주택’이라는 모델은 작동하기가 어려워요. 한 채도 지어진 게 없는데, 실현되지 않은 것을 그대로 잡고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 달 취임 10개월째를 맞는 김세용(사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도내 주택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말에 다양한 고민을 쏟아냈다.

김 사장은 지난 2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은 광역교통망 확충이나 신도시 건설이 아니라 이른바 ‘빨대 효과’를 막을 수 있는 ‘직주일치’(직장·주거 일치)”라며 “도시생태와 고령화를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주택의 역할을 부여하는 등 도시의 복합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8년부터 3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말 GH 수장에 올랐다. 주택·도시정책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고려대 교수와 한국도시설계학회장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현안으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GH 같은 공공기관은 공급자가 아닌 관리자로 변신해야 한다”며 “30∼40년 전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공공기관의 역할은 ‘공급’에 맞춰졌지만, 국민소득 4만달러를 바라보는 요즘은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 주택공사가 지은 주공아파트는 현대·삼성이 지은 브랜드 아파트보다 인기가 높았다. 튼튼하고 믿을 수 있다는 신뢰 덕분이었다”면서 “지금은 남아도는 공공주택이 2만가구가 넘는데, 공사비·자재 제한 등으로 민간과 경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품질’을 강조했다. 최근 무량판 구조 아파트 부실공사와 전관예우 등으로 곤욕을 치른 LH를 언급하며 “애초 통합의 취지와 달리 비대해진 LH의 역할을 쪼개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표준 평면·건축비라는 기준을 갖고 수도권과 경남 양산의 아파트를 동시에 짓는 건 개발도상국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벤치마킹 모델로는 일본의 도시재생기구(UR)를 언급했다. UR는 신도시 개발과 주택공급 등을 위해 설립됐던 일본주택공단(JHC)을 대신해 민간기업과 단체에 자금확보 방안과 기술 등을 제공하는 지원자 역할을 맡는다.

김 사장은 이처럼 경기도에서 민선 8기 공약인 신도시·원도심 재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시절, 3기 신도시 건설을 비판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신도시는 기본적으로 외벌이 가장이 희생하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설계되는데, 1∼2인 가구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지금 신도시에서 살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임 지사 때 나온 ‘실체 없는’ 기본주택의 포기를 선언했다. 다음 달 4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새로운 경기도형 공공주택을 공개한다. 김 사장은 “(기본주택이) 한 채도 없다는 건 작동이 안 된다는 뜻이고, 그래서 가능한 정책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라며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이유”라고 했다.

새 주택은 ‘고른 기회’와 함께 임대가 아닌 ‘소유’를 강조했다. 그는 “주택을 통한 부의 세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형태”라며 “과거 ‘촛불집회’도 공정한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단초가 됐다. 어떻게 기회의 공정을 지키면서 자가주택을 늘릴 수 있는지 방향성을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소득 10분위 가운데 9, 10분위는 알아서 집을 사고 1, 2분위는 공공임대의 혜택을 받지만 4∼6분위는 자가주택을 원하지만 공공분양 물량이 적어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취직해서 돈을 모으고 집을 사려면 40대는 돼야 하고 10억원은 있어야 한다. 경기도가 집을 살 기회를 드리고 나머지는 차근차근 갚으라는 틀에서 물량을 늘리는 정책을 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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