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잘해도 본전?…웹툰 작품화의 치명적 단점
[OSEN=유수연 기자] “웹툰 인기작은 ‘흥행 보증수표’”라는 말이 있다. 최근 ‘마스크걸’과 ‘무빙’이 바로 그 예시다. 다만 ‘마스크걸’은 흥행과 동시에 아쉬운 평가도 더러 받는 가운데, 웹툰 원작 작품화의 장점과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 대표적인 예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극본·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고현정, 나나, 이한별 분)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현정, 나나, 이한별, 염혜란, 안재홍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은 ‘마스크걸’은 지난 18~24일 1주일간 누적 시청 1920만 시간을 기록, 23일(한국시간) 넷플릭스가 매주 이용자들의 시청시간을 집계해 발표하는 '전세계 비영어권 톱 10 프로그램(쇼)' 주간차트에서 공개 후 3일 만에 280만뷰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또한 국내를 비롯해 볼리비아,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혼두라스, 홍콩, 일본, 등 총 1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수치상의 흥행과는 상관없이, ‘마스크걸’을 향한 아쉬운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동명의 원작 웹툰 ‘마스크걸’은 2015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주인공 김모미를 따라 진행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물론, 외모지상주의와 혐오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신랄하게 다루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단조로운 그림체와 19세 이용가임에도 ‘마스크걸’은 연재 내내 전체 조회수 TOP 10을 놓치지 않았고, 네이버 웹툰 중국에서는 무려 월요일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미 국내외에서 흡인력있는 스토리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작품을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원작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스팅으로 기존 팬덤을 고정 시청자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공개된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등장한 ‘주오남’ 안재홍은 ‘은퇴작이 아닌가’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낼 정도로 만화 속에서 갓 뛰쳐나온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원작 팬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마스크걸’이 ‘7부작’이라는 것에 있었다. 원작 ‘마스크걸’은 1부, 2부, 3부로 총 130화, 연재 기간만 약 3년에 걸친 작품이다. 작품 내에서도 주인공 ‘김모미’의 20대 후반과 40대 초반까지의 일대기를 다뤄 긴 서사를 포함하고 있다. 방대한 ‘김모미’의 스토리를 7회 안에 요약하기 위해 원작의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 주인공 ‘김모미’를 포함한 다수의 등장인물을 짧은 호흡 안에 시청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광기 어린 캐릭터들의 면모를 대폭 지워냈다.
물론 좋은 반응을 끌어낸 각색도 있었다. 원작서 오해로 관계가 틀어진 모미와 춘애를 ‘워맨스’로 각색한 4화는 다수의 호평을 받았지만, 작품의 흥행과는 별개로 일명 ‘똘끼’로 가득한 등장인물들의 향연이었던 원작에 비해 드라마 ‘마스크걸’은 다소 평면적인 인물로 전락했다는 아쉬운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기반으로 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원작을 초월한 각색으로 화제는 물론, 호평까지 받고 있다. 무빙은 강풀 작가가 2015년 5~9월 카카오웹툰(당시 다음웹툰)에서 연재해 누적 조회수 2억 회를 기록한 인기 작품으로, 원작 작가인 강풀이 직업 드라마에까지 각본 작업 담당에 나섰다. 20부작이라는 파격적인 길이와 함께 웹툰에는 담기지 못했던 더 큰 세계관을 구축해 냈고, 그 결과 ‘무빙’은 디즈니플러스서 역대 국내 서비스를 통틀어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웹툰 원작의 작품화에는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는 웹툰 팬들을 고정 시청자층으로 흡수할 수 있고, 이는 ‘보장된 화제성’이라는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원작의 팬덤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은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냥 안티팬보다 무서운 것은 돌아선 팬이라는 말이 있듯, 웹툰 작화와 공통점을 알 수 없는 전혀 다른 캐스팅, 혹은 각색이 웹툰의 성격을 해치게 되면 원작 팬들의 큰 반발과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짧게 축소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색은 불가피하니, 이래저래 ‘진퇴양난’인 셈이다.
‘마스크걸’은 완벽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흥행을 끌어냈지만, 130회를 7부작으로 축소하며 원작 속 디테일을 너무나 많이 버려야 했다. 여러 인물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각자의 사연까지 보여주려다 보니 김모미의 이야기는 축소됐고, 몰입도도 다소 줄어들었다. 반면 OTT 플랫폼에서 보기 드문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과감하게 결정한 ‘무빙’은 웹툰을 초월한 각색과 완벽한 서사로 원작 팬덤과 유입 시청자들의 호응을 함께 얻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웹툰 기반 콘텐츠가 잇달아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인기 연재작인 ‘스위트홈 시즌2’ ‘이두나!’ 등이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돼 공개를 앞두고 있고, MBC ‘밤에 피는 꽃’, 채널A ‘남과여’, ‘함부로 대해줘’, ‘정년이’ 등이 공개 혹은 제작 예정으로 웹툰 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새롭게 등장할 웹툰 원작 드라마들은 ‘치명적인 단점’을 지우고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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