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탁 의중 ‘오리무중’, ‘포지션 미스터리’…19개월 만에 축구대표팀 돌아온 강상우
부상 김진수 대체 전력으로 발탁
K리그에선 측면 수비수였지만
현재 중국서 공격수·미드필더로
의구심 낳는 클린스만 등용 기준
‘안현범 선발’ 같은 논란 재현 우려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59)은 유럽 원정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면면에서 적잖은 변화를 감수했다. 주축들의 갑작스러운 부상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배려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8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발표한 9월 A매치 2연전 대표팀 소집명단(25명)을 살펴보면 새롭게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3명,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가 5명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오랜 기간 국내를 떠나 있는 것과 달리 자신의 업무는 별개라는 자신감으로도 읽혔다.
그런데 이번 소집에서 기회를 얻은 한 선수는 클린스만 감독이 정말 경기를 지켜봤는지 의아한 구석이 있다. 19개월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강상우(30·베이징)가 그렇다. 과거 강상우는 K리그 포항에서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측면 수비를 책임지는 수비수였다. 대표팀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던 그는 이번에도 수비수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선수 구성을 살펴본다면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김진수(31·전북) 대신 왼쪽 측면 수비수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강상우는 좌우 측면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강상우가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하면서 포지션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원래 공격수 출신인 강상우는 득점력도 빼어났는데, 올해 좌우 측면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로 뛰면서 7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소집명단 발표 직전인 26일 창저우 슝스전(5-1 승)에는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골맛을 보기도 했다.
강상우의 포지션은 변화무쌍하다. 그는 지난해 7월 초까지만 해도 좌우 구분 없이 수비수로 뛰었으나 조금씩 포지션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측면 미드필더로 시작해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까지 도맡았다. 강상우가 그라운드를 누빈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터치맵에선 경기 도중에도 소속팀 상황에 따라 포지션과 위치가 계속 바뀌기도 했다.
강상우 본인도 이 부분에 답답함을 느끼는 모양새다. 그는 올해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난 수비를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소속팀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또 내가 (공격에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니 혼란스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수비수 강상우의 활약상을 자택에서 화상으로 관찰한 게 아니라 과거 강상우에 대한 평가만으로 선수를 뽑은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6월 소집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당시 스리백에 특화된 안현범(29·전북)을 뽑았다가 대표팀 전술과 엇박자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의 경기는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번에도 실수를 반복한 것인지 아니면 강상우 활용법을 찾아낸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 소집 기자회견을 생략했기에 그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상우 미스터리는 9월8일 웨일스와의 첫 평가전 직전에나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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