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경기 체력’ 강조해놓고 교체 멤버·부상자 뽑은 클린스만
이강인 부상에도 대안 제시 못해
실험정신·목표 부재한 자가당착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지난 17~18일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화상 기자회견에서 유럽파들의 경기 체력 문제를 언급하며 “현재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선수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홍현석(KAA 헨트)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우려가 상당하다”고도 했다.
재택·외유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적어도 이 지적은 타당해 보였다. 그런데 28일 발표된 9월 A매치 명단을 보면, 이 말도 힘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명단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계속 지적했던 ‘경기 체력’에서 문제를 드러낸 유럽파 선수들이 꽤 포함됐다. 특히 공격 자원을 보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현규, 양현준(이상 셀틱), 황의조(노팅엄) 등은 소속팀에서 주로 교체 멤버로 활용되고 있다. 황희찬(울버햄프턴), 조규성(미트윌란)은 그래도 팀내 입지가 높고 선발 출전 빈도도 잦지만, 최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공격 자원은 아니지만,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최근 소속팀과 이적 문제 갈등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모두 9월 A매치 때는 실전을 거의 치르지 못해 체력과 실전감이 떨어진 상태로 합류한다. 17~18일 기자회견 때 했던 클린스만의 말과 이번 선수 선발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인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말한 경기 체력이 문제였다면, 다른 선수들을 발탁해 실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내년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지만, 이젠 거의 모든 축구팬들이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성공을 지켜보며 한국 축구가 이전과는 달리 긴 호흡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감독이 당장 눈앞의 결과에만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긴 안목으로 다양한 선수와 전술을 실험하며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문제점을 지적만 할 뿐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진 않았다. 당장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부상 이탈에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막연한 코멘트만 남겼을 뿐이다. 실질적인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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