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선언 없었다면 1945년 독립 어려웠을 것”
1943년 미·영·중, 한국 독립 선포
김구와 임시정부 노력의 결과물
신탁·반탁 갈등의 기원이 되기도
“반공주의 김구, 민족 분단 우려
정치적 화합 위해 북으로 간 것”
“국제 열강들이 처음한국의 독립을 약속한 ‘카이로 선언’은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가 벌인 독립운동의 결과입니다. 카이로 선언이 없었다면 1945년에 독립하기는 어려웠다고 봅니다.”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57)는 2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카이로 선언의 의의를 이렇게 정의했다. 박 교수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1부 사회자 및 2부 발제자로 참석했다.
카이로 선언은 1943년 1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처칠 영국 총리, 장제스 중국 국민당 총통이 만나 일본 전후 처리 원칙을 결정하며 한국 독립을 처음 공개 선포한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카이로 선언 80주년을 기념해 백범김구기념관과 김구재단이 공동 주최했다.이날 ‘카이로 선언과 반탁운동, 그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박 교수는 “카이로 선언에서 주목할 점은 열강들이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첫 번째 선언이자 포츠담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독립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 독립을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은 장제스 총통이었다. 그는 윤봉길 의사 의거에 감동해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와 가까운 관계로 지냈지만, 일본이 패망한 뒤 한반도에 중국과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게 좋겠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
당시 일본은 베트남·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 등 많은 나라를 점령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로 선언에는 한국·만주·대만 세 곳만 독립 및 반환돼야 할 곳으로 명기돼 있었다. 박 교수는 “한국은 패전국의 식민지였기에 독립이 가능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네덜란드 등 승전국들은 자신들의 식민지를 다시 찾기를 원했다”며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카이로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독립의 단초가 되었지만 광복 이후 분단 정부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도 박 교수는 말했다.
그는 “카이로 선언에서 한국을 독립시키되 ‘적절한 과정(in due course)’을 거쳐서 독립시킨다는 조항을 삽입해 신탁통치 논쟁을 불러일으킨 기원이 됐다”고 했다. 이어 “광복 이후 ‘모스크바 삼상 회의’에서 나온 ‘신탁통치론’을 두고 조선공산당은 찬탁(신탁통치 찬성)을,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는 반탁(신탁통치 반대)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강력한 반공주의자였던 김구 선생이 신탁통치로 인한 민족 분단을 우려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북으로 간 행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갈등을 화합으로 풀기 위한 노력은 1947년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미 동맹과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다. 학술회의가 열린 이날은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47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 교수는 카이로 선언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 이익(독립)이 된다는 측면에서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는 카이로 선언의 의의를 명확히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했다”며 “오늘날 국제 관계에서 각 국가가 특정 시점에서 국가의 이익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어떻게 맞춰졌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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