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하나하나에 뜨고 지고…제동장치 없이 요동치는 ‘테마주’ 광풍
SNS·유튜브 리딩방 사기에 취약…신용투자 과열·폭탄 돌리기 우려
전문가 “대외 불확실성 지속…개미들 테마주 선호 당분간 이어질 듯”
개인투자자 A씨(39)는 최근 맥신 테마주 경동인베스트에 투자했다. A씨는 “장기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며 “요즘 시장에 테마주 쏠림 현상이 이슈이길래 관심을 갖고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2500선을 오가는 지루한 흐름을 보이자, A씨처럼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에 뛰어들고 있다. 테마주 열풍이 거세지면서 ‘2차전지→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로 테마의 유행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급등락이 심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박스권 장세에서 고수익을 노리기 위해 테마주 투자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테마주로 묶이기 어려운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직접 ‘○○ 테마와 연관이 없다’고 밝히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개미들 “단타 치기 좋잖아”
개인투자자 B씨(42)는 이번달에는 초전도체 테마주 파워로직스, 모비스 등에 투자해 수익을 봤다. 2차전지 테마주가 유행한 지난 7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DX 등에 투자해 수익을 냈다. B씨는 “급등락이 심해 큰 금액을 넣지는 않는다. 그래도 테마주는 이슈가 끝나기 전에는 단타로 이익을 내기 좋아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개인투자자 C씨도 테마주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테마주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C씨는 “최근에는 초전도체 테마주 신성델타테크 주식 매수, 매도 주문을 거꾸로 내서 손실을 크게 봤다”며 “확실히 테마주는 급등락이 심해 리스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나 C씨처럼 단타를 노리는 테마주 투자자가 늘면서 국내 증시의 회전율도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22.69%로 2021년 4월(23.6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2차전지 테마가 유행한 지난 4월 21.87%까지 증가한 이후 5월(15.01%)과 6월(16.15%) 진정세를 보이다 지난달 다시 급증했다.
■SNS 보고 투자…테마주 맞기는 맞아?
개인투자자들은 테마주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로 찾아본다고 밝혔다. SNS나 유튜브에서 기승을 부리는 주식 리딩방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큰 것이다.
A씨도 “테마주에 대한 투자 정보는 인터넷 카페나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라오는 것을 참고한다. 유튜브도 많이 본다”고 말했다. B씨 역시 “테마주를 고를 때는 종목토론방을 참고하고 뉴스 검색도 해본다.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테마주로 묶이는 종목 중 1~2위 종목을 노린다”고 말했다.
애초에 ‘○○ 테마주’로 묶이는 이유가 명쾌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그렇다보니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이 테마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 중 LS전선아시아, 덕성, 서원 등은 초전도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맥신 테마주로 묶인 휴비스, 아모센스, 경동인베스트 등도 최근의 호재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거나 상용화되지 않은 과학 연구 결과를 좇아 테마가 형성되는 경향도 있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외 연구소에서 LK-99에 대한 검증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2일 부천원미경찰서는 협박 혐의로 공무원 D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D씨는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초전도체 관련 기업을 언급하며 “회사에 찾아갈 분을 구한다. 죽창을 들고 모이자”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D씨가 글을 올린 21일은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던 날이다. 그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초전도체 테마주 파워로직스(-30.00%), 덕성(-29.99%), 신성델타테크(-29.88%) 등이 줄줄이 하한가를 쳤다.
■‘빚투’도 증가…폭탄 돌리기 우려도
주가가 실적이나 경기와 상관없이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 폭탄 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테마주 중심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과열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7일 20조6000억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부 테마주에 대한 신용거래를 중단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신용융자는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주가 상승기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테마주의 경우 투기성 자금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큰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큰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추세적 전환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 테마주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코스피 방향성이 모호하다”며 “개인투자자의 주식에 대한 선호가 유지되면서 ‘고위험, 고수익’의 매매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지수가 추세 전환할 수 있는 재료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테마주 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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